장애인식개선 교재…‘착한 아이 안 할래!’에 담긴 의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29 15:28:14
김효진 작가는 최근 ‘착한 아이 안 할래!’라는 동화책을 펴냈다. 김효진 작가가 처음 출간한 책은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인권강사 입장 또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시혜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말아 달라고 말하였다.
두 번째 작품 ‘달려라 송이’에서는 10대 여성 장애아동의 눈높이에서 장애인이란 타이틀이 아닌 그냥 송이로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다.
이 두 작품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에 던진 말이라면 이번에 출간한 ‘착한 아이 안 할래요!’는 장애인 가족, 특히 장애인의 자녀 입장에서 실제 자신의 아들 찬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착한 아이 안 할래’란 말은 장애인 자녀에게 주는 사회적 시선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편견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찬이의 말이라고는 하지만 찬이가 직접 쓴 것이 아니어서 아들의 입장을 관찰한 엄마의 글이기는 하지만, 찬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화한 것이다. 늘 가족은 장애인과 함께 도매금으로 취급되면서도 뒤에 숨어 있어야 하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존재다.
이제 그 내용들을 소제목별로 감상해 보자.
■엄마 목소리: 엄마와 아빠는 지체장애인이고 행동으로는 불편하나 말로 하는 경우가 많아 목소리가 크다. 찬이는 학교에서 친구가 꼬집어 이를 따졌는데 찬이만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하교길에 직바구리 새소리를 듣고 새는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데, 나는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고 말을 하면 ‘설명충’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꾸중을 들으니 억울함을 느낀다.
현관문을 열고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려고 하니 엄마가 넘어질 수 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며 제지당한다.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맞추어야 하는 찬이는 저녁을 비빔밥을 가족들과 먹으며 조화와 포용을 생각한다.
■반항: 찬이는 엄마와 아빠의 리모컨처럼 심부름을 해야 한다. 자신도 집중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심부름을 시키니 리듬이 깨진다. 늘 자신은 장애 부모 앞에서는 작아진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라는 심부름을 하면서 찬이는 박스 안에 넣지 않고 바닥에 놓고 오고 만다.
박스를 열 때의 냄새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마주친 할아버지는 착하다며 계속 착하게 부모님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착한 아이가 되기 싫다. 동네 아줌마에게 들켜서 찬이는 착하지 않은 것이 들켰다고 생각한다. 선의의 칭찬이나 착하다는 말이 찬이에게는 부담감이 된다.
■호랑이 선생님: 과학시간에 블랙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찬이는 짝에게 ‘난 블랙홀 안다’고 말한 것뿐인데, 떠들었다고 벌을 받고, 벌을 받고 있는 자신을 잊어버렸는지 선생님은 질문에 답하려고 손을 들어도 보지 않으시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휘파람을 불었다.
교실 밖으로 쫓겨났고 점심도 먹지 못했다. 친구와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부모도 따로 자라고 한다.
자기 방에서 잠을 자지만 자기도 모르게 엄마품에서 잠을 깨는 찬이는 따뜻한 품이 아직도 그립다. 이해해주지 않는 관심과 이해해주는 성장의 요구가 서로 갈등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찬이는 외롭고 두렵다.
■얘들아 웃기지?: 장애인 자녀도 상대를 의식한다. 기가 죽고 눈치를 본다. 성장기의 한 과정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찬이는 친구와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자 개그를 한다. 웃어주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 건가 고민에 빠진다. 인기를 인정의 척도로 생각한 찬이에게 엄마는 각자의 장점이 있고 다양성이 있음을 말해주며 찬이의 장점을 말해준다.
■인기: 찬이는 건담(에니메이션 시리즈)을 그려 아이들에게 주며 인기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이왕이면 인기가 있는 아이들과 사귀고 싶고 교우관계가 많지 않은 아이들과 친하면 같은 취급을 받을까 봐 걱정한다.
건담 그림을 나누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넓히며 찬이는 사회성을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 인기 있는 아이나 호감이 가는 아이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친해야 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친구 사이는 네트워크로 누구를 배제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에 온 엄마: 학교 선생님이 강이에게 ‘모지리’란 말을 사용한다. 모두에게 그 말을 사용할 때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장애인에게 그 말을 사용하니 마음이 아팠다.
‘모지리’란 ‘머저리’의 경상도 방언인데, 모자란다는 말이다. 머저리는 다부지지 못하여 어리석다는 말이다. 엄마가 학교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찬이는 이 문제를 따지러 오는 것인가 놀란다.
사실 엄마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러 가는 것이다. 찬이는 엄마가 장애인이란 것을 친구들이 알까봐 긴장한다. 엄마란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엄마는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차별을 하지 않아야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는 강의를 한다.
■착한 척: 장애가 있는 다리로 일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찬이 아빠가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엄마는 애초에 휠체어를 탔어야 한다고 말하고, 아빠는 짜증을 내고, 찬이는 걱정을 한다.
찬이는 아빠와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병원 문턱을 발견하게 된다. 경사로로 우회하여 문을 열어주자 사람들이 착하다고 칭찬을 했다. 찬이는 ‘지금부터 착한 일을 합니다.’하며 농을 하는 여유가 생겼다.
■배신: 엄마가 직장(기자)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필요할 때에는 일을 나가더니 이제 혼자 잘 적응하고 있는데 돌봐 준다니 배신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가 옆에 있으니 잔소리를 듣게 된다.
친구에게 엄마가 기자라고 자랑하던 것도 못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 엄마가 방송을 보며 퀴즈를 맞히는 것을 보고 찬이는 우리말 겨루기 퀴즈에 나가라고 권한다. 엄마가 퀴즈대회에 나가게 되었다며 찬이에게 다정하게 대하자 엄마가 착해졌다고 느낀다.
엄마가 왜 착해졌을까?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이란 책에서 말한 바 있는, 몸이 불편해서 체육은 잘 못했지만 국어성적만은 최고였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연결해 보면 엄마도 자신감이 넘칠 때 여유와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우리말 퀴즈 대회: 온 가족이 엄마가 출연하는 방송국 퀴즈대회에 간다. 방송 진행에서 재미있게 하기 위해 가족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는데, 방송 전에 작가가 질문을 한다. 아빠는 엄마가 공부한다고 밥을 제때 얻어먹지 못했다고 말한다.
찬이는 엄마 목소리가 커서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엄마가 행동으로 도와주기 어려우니 말로 크게 하여 자신의 위험상황을 도와준다고 말한다. 엄마가 불편하다고 엄마로 인하여 찬이가 불편한 것은 아니며, 그 목소리가 든든하게 느껴져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동심의 수준에 맞는 대답이다. 하필 퀴즈대회를 말하는 장면에서 ‘맞히다’가 ‘맞추다’로 오타가 있어 교정사가 엄마의 국어실력을 시기한 것 같다.
■그냥 내 엄마니까: 찬이는 퀴즈대회 진행 중에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장애인 엄마를 알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아나운서가 방청석에 있는 찬이에게 장애인 엄마 많이 도와주느냐고 묻자, 얼떨결에 그런 편이지만 꾀를 부릴 때도 있다고 답한다.
그래도 착할 것 같다고 아나운서가 말한다. 아나운서가 엄마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찬이는 엄마의 냄새와 목소리, 뱃살만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엄마라서 그냥 좋다고 말한다.
퀴즈 3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구덩이를 엄마는 ‘허당’이라고 하여 틀린 답을 말한다. 정답은 ‘허방’이다. 방송이 끝나 길을 나서자 첫눈이 왔다. 길이 미끄러워지면 엄마 아빠는 매우 불편해진다. 그래서 저녁을 먹지 못하고 집에 가야 하나 걱정을 하는데, 찬이를 위해 가족들은 저녁을 먹으러 간다.
가족은 식구다. 식구는 한솥밥을 먹는다는 의미이다. 먹는 것이 최고다. 먹는 것으로 가족은 사랑을 만들고, 힘을 가지며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첫 이야기 비빔밥에서 마지막 이야기 외식까지 이 동화는 식사로 가족을 나타낸다. 장애 부모를 둔 찬이가 차별에 대해 눈을 뜨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부담으로 느끼고, 부모를 도와야 한다는 착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가쁨으로 느끼기도 한다.
찬이의 초교 2학년 봄부터 첫눈 오는 때까지 장애인 가족으로서의 장애수용 과정을 순서대로 잘 나타낸 작품이다. 김효진 작가의 다음 이야기책이 궁금해진다.
김효진 작가 약력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국토연구원 출판팀에서 월간지 편집자로 일하던 중 장애 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장애여성네트워크와 활짝미래연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위원회, 장애인인권증진위원회, 양천구 장애인복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 포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든 몸은 평등하다, 오늘도 난, 외출한다가 있고, 동화 깡이의 꽃밭, 달려라, 송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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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 ‘달려라 송이’에서는 10대 여성 장애아동의 눈높이에서 장애인이란 타이틀이 아닌 그냥 송이로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다.
이 두 작품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에 던진 말이라면 이번에 출간한 ‘착한 아이 안 할래요!’는 장애인 가족, 특히 장애인의 자녀 입장에서 실제 자신의 아들 찬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착한 아이 안 할래’란 말은 장애인 자녀에게 주는 사회적 시선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편견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찬이의 말이라고는 하지만 찬이가 직접 쓴 것이 아니어서 아들의 입장을 관찰한 엄마의 글이기는 하지만, 찬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화한 것이다. 늘 가족은 장애인과 함께 도매금으로 취급되면서도 뒤에 숨어 있어야 하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존재다.
이제 그 내용들을 소제목별로 감상해 보자.
■엄마 목소리: 엄마와 아빠는 지체장애인이고 행동으로는 불편하나 말로 하는 경우가 많아 목소리가 크다. 찬이는 학교에서 친구가 꼬집어 이를 따졌는데 찬이만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하교길에 직바구리 새소리를 듣고 새는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데, 나는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고 말을 하면 ‘설명충’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꾸중을 들으니 억울함을 느낀다.
현관문을 열고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려고 하니 엄마가 넘어질 수 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며 제지당한다.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맞추어야 하는 찬이는 저녁을 비빔밥을 가족들과 먹으며 조화와 포용을 생각한다.
■반항: 찬이는 엄마와 아빠의 리모컨처럼 심부름을 해야 한다. 자신도 집중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심부름을 시키니 리듬이 깨진다. 늘 자신은 장애 부모 앞에서는 작아진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라는 심부름을 하면서 찬이는 박스 안에 넣지 않고 바닥에 놓고 오고 만다.
박스를 열 때의 냄새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마주친 할아버지는 착하다며 계속 착하게 부모님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착한 아이가 되기 싫다. 동네 아줌마에게 들켜서 찬이는 착하지 않은 것이 들켰다고 생각한다. 선의의 칭찬이나 착하다는 말이 찬이에게는 부담감이 된다.
■호랑이 선생님: 과학시간에 블랙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찬이는 짝에게 ‘난 블랙홀 안다’고 말한 것뿐인데, 떠들었다고 벌을 받고, 벌을 받고 있는 자신을 잊어버렸는지 선생님은 질문에 답하려고 손을 들어도 보지 않으시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휘파람을 불었다.
교실 밖으로 쫓겨났고 점심도 먹지 못했다. 친구와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부모도 따로 자라고 한다.
자기 방에서 잠을 자지만 자기도 모르게 엄마품에서 잠을 깨는 찬이는 따뜻한 품이 아직도 그립다. 이해해주지 않는 관심과 이해해주는 성장의 요구가 서로 갈등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찬이는 외롭고 두렵다.
■얘들아 웃기지?: 장애인 자녀도 상대를 의식한다. 기가 죽고 눈치를 본다. 성장기의 한 과정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찬이는 친구와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자 개그를 한다. 웃어주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 건가 고민에 빠진다. 인기를 인정의 척도로 생각한 찬이에게 엄마는 각자의 장점이 있고 다양성이 있음을 말해주며 찬이의 장점을 말해준다.
■인기: 찬이는 건담(에니메이션 시리즈)을 그려 아이들에게 주며 인기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이왕이면 인기가 있는 아이들과 사귀고 싶고 교우관계가 많지 않은 아이들과 친하면 같은 취급을 받을까 봐 걱정한다.
건담 그림을 나누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넓히며 찬이는 사회성을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 인기 있는 아이나 호감이 가는 아이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친해야 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친구 사이는 네트워크로 누구를 배제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에 온 엄마: 학교 선생님이 강이에게 ‘모지리’란 말을 사용한다. 모두에게 그 말을 사용할 때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장애인에게 그 말을 사용하니 마음이 아팠다.
‘모지리’란 ‘머저리’의 경상도 방언인데, 모자란다는 말이다. 머저리는 다부지지 못하여 어리석다는 말이다. 엄마가 학교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찬이는 이 문제를 따지러 오는 것인가 놀란다.
사실 엄마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러 가는 것이다. 찬이는 엄마가 장애인이란 것을 친구들이 알까봐 긴장한다. 엄마란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엄마는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차별을 하지 않아야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는 강의를 한다.
■착한 척: 장애가 있는 다리로 일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찬이 아빠가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엄마는 애초에 휠체어를 탔어야 한다고 말하고, 아빠는 짜증을 내고, 찬이는 걱정을 한다.
찬이는 아빠와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병원 문턱을 발견하게 된다. 경사로로 우회하여 문을 열어주자 사람들이 착하다고 칭찬을 했다. 찬이는 ‘지금부터 착한 일을 합니다.’하며 농을 하는 여유가 생겼다.
■배신: 엄마가 직장(기자)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필요할 때에는 일을 나가더니 이제 혼자 잘 적응하고 있는데 돌봐 준다니 배신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가 옆에 있으니 잔소리를 듣게 된다.
친구에게 엄마가 기자라고 자랑하던 것도 못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 엄마가 방송을 보며 퀴즈를 맞히는 것을 보고 찬이는 우리말 겨루기 퀴즈에 나가라고 권한다. 엄마가 퀴즈대회에 나가게 되었다며 찬이에게 다정하게 대하자 엄마가 착해졌다고 느낀다.
엄마가 왜 착해졌을까?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이란 책에서 말한 바 있는, 몸이 불편해서 체육은 잘 못했지만 국어성적만은 최고였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연결해 보면 엄마도 자신감이 넘칠 때 여유와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우리말 퀴즈 대회: 온 가족이 엄마가 출연하는 방송국 퀴즈대회에 간다. 방송 진행에서 재미있게 하기 위해 가족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는데, 방송 전에 작가가 질문을 한다. 아빠는 엄마가 공부한다고 밥을 제때 얻어먹지 못했다고 말한다.
찬이는 엄마 목소리가 커서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엄마가 행동으로 도와주기 어려우니 말로 크게 하여 자신의 위험상황을 도와준다고 말한다. 엄마가 불편하다고 엄마로 인하여 찬이가 불편한 것은 아니며, 그 목소리가 든든하게 느껴져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동심의 수준에 맞는 대답이다. 하필 퀴즈대회를 말하는 장면에서 ‘맞히다’가 ‘맞추다’로 오타가 있어 교정사가 엄마의 국어실력을 시기한 것 같다.
■그냥 내 엄마니까: 찬이는 퀴즈대회 진행 중에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장애인 엄마를 알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아나운서가 방청석에 있는 찬이에게 장애인 엄마 많이 도와주느냐고 묻자, 얼떨결에 그런 편이지만 꾀를 부릴 때도 있다고 답한다.
그래도 착할 것 같다고 아나운서가 말한다. 아나운서가 엄마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찬이는 엄마의 냄새와 목소리, 뱃살만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엄마라서 그냥 좋다고 말한다.
퀴즈 3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구덩이를 엄마는 ‘허당’이라고 하여 틀린 답을 말한다. 정답은 ‘허방’이다. 방송이 끝나 길을 나서자 첫눈이 왔다. 길이 미끄러워지면 엄마 아빠는 매우 불편해진다. 그래서 저녁을 먹지 못하고 집에 가야 하나 걱정을 하는데, 찬이를 위해 가족들은 저녁을 먹으러 간다.
가족은 식구다. 식구는 한솥밥을 먹는다는 의미이다. 먹는 것이 최고다. 먹는 것으로 가족은 사랑을 만들고, 힘을 가지며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첫 이야기 비빔밥에서 마지막 이야기 외식까지 이 동화는 식사로 가족을 나타낸다. 장애 부모를 둔 찬이가 차별에 대해 눈을 뜨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부담으로 느끼고, 부모를 도와야 한다는 착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가쁨으로 느끼기도 한다.
찬이의 초교 2학년 봄부터 첫눈 오는 때까지 장애인 가족으로서의 장애수용 과정을 순서대로 잘 나타낸 작품이다. 김효진 작가의 다음 이야기책이 궁금해진다.
김효진 작가 약력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국토연구원 출판팀에서 월간지 편집자로 일하던 중 장애 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장애여성네트워크와 활짝미래연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위원회, 장애인인권증진위원회, 양천구 장애인복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 포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든 몸은 평등하다, 오늘도 난, 외출한다가 있고, 동화 깡이의 꽃밭, 달려라, 송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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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