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장애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의 인생을 담다
신간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 소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29 08:51:58
“어두울수록 별은 더 빛나듯, 절망과 좌절 속에서 오히려 꿈과 희망을 찾은 134센티미터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의 인생 스토리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발길질로 한순간에 척추장애인이 되었고, 정신병을 앓고 있는 엄마는 거의 매일 칼을 들이대며 ‘모든 불행의 씨앗’을 딸에게 돌렸다. 그 딸은 죽지 않으려고 엄마의 학대와 칼을 피해 매일 도망쳐 집 밖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종종 주인집에 몰래 숨어 지내면서 엄마의 증세가 약해질 때까지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집안 살림이 어려운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는 일도 그녀의 몫이었다. 척추장애로 온몸이 무너질 듯 아팠지만, 마음은 더 견디기 힘들었던 매일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밤중에 잠이 깼는데, 컴컴한 방 한가운데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 이 밤에 왜 서 계세요?” 아버지는 서 있던 게 아니라 목숨을 끊은 거였다. 눈앞에서 아버지가 목메어 자살한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엄마의 학대를 묵인했고, 단 한 번도 딸에게 사랑을 준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이후 엄마의 증세는 더 악화되었고, 그럴수록 도망쳐야 하는 날들이 더 잦았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일이었다. 누구나 배우는 중학교 지식을 자신만 알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그녀를 더 고통스럽게 했다. 겨우 열세 살의 나이로 학교 대신 월급 3만 원을 받고 한의원집 식모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한의사 부부는 그녀를 친절하게 보살펴주었다. 식모 일을 하면서 방 안에 있던 온갖 한문으로 쓰여진 한약재 이름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3년간 그곳에서 지내면서 식모 일만 한 것이 아니라 천자문을 모두 익혔다.
안정된 생활이었지만, 배움이 그리웠다. 평생 식모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식모 일을 그만두고 직업학교로 들어가 편물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술을 익히고 배우며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세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이 분야의 최고가 되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배우고 싶었다. 공부하고 싶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밤에는 검정고시를 위해 학원을 다녔다.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이 별것 아니지만, 척추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무리가 와 통증과 고통으로 온몸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배움을 향한 그녀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푹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꿈과 용기, 비전을 찾아 멀고 먼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가 편물 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무려 14년간이다. 하지만 그곳은 정말 그녀에게 천국이었다. 물론 그곳에서 겪었던 시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케냐인들이 그녀에게 대해주었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은 그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구나.”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그들에게 더 큰 보답을 하고 싶었다. 빈약한 영어 실력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 뉴욕에서 학사를 마치고,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석사학위(현재는 박사학위 소지자다)를 받았다. 인내와 끈기,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공부는 이렇게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학업을 마친 뒤, 그녀는 한국이 아니라 다시 케냐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그들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는 바로 저자 김해영의 이야기다. 장애라는 이유로, 식모라는 이유로, 공장 노동자라는 이유로 멸시와 무시의 시선을 받았을지라도, 털실 먼지 가득한 컴컴한 편물 공장 한구석에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았던 그녀처럼 어느 자리에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이 방황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그리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삶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자 김해영, 출판사 드림셀러, 발행일 2022년 12월 5일, 224쪽, 에세이,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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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발길질로 한순간에 척추장애인이 되었고, 정신병을 앓고 있는 엄마는 거의 매일 칼을 들이대며 ‘모든 불행의 씨앗’을 딸에게 돌렸다. 그 딸은 죽지 않으려고 엄마의 학대와 칼을 피해 매일 도망쳐 집 밖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종종 주인집에 몰래 숨어 지내면서 엄마의 증세가 약해질 때까지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집안 살림이 어려운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는 일도 그녀의 몫이었다. 척추장애로 온몸이 무너질 듯 아팠지만, 마음은 더 견디기 힘들었던 매일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밤중에 잠이 깼는데, 컴컴한 방 한가운데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 이 밤에 왜 서 계세요?” 아버지는 서 있던 게 아니라 목숨을 끊은 거였다. 눈앞에서 아버지가 목메어 자살한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엄마의 학대를 묵인했고, 단 한 번도 딸에게 사랑을 준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이후 엄마의 증세는 더 악화되었고, 그럴수록 도망쳐야 하는 날들이 더 잦았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일이었다. 누구나 배우는 중학교 지식을 자신만 알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그녀를 더 고통스럽게 했다. 겨우 열세 살의 나이로 학교 대신 월급 3만 원을 받고 한의원집 식모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한의사 부부는 그녀를 친절하게 보살펴주었다. 식모 일을 하면서 방 안에 있던 온갖 한문으로 쓰여진 한약재 이름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3년간 그곳에서 지내면서 식모 일만 한 것이 아니라 천자문을 모두 익혔다.
안정된 생활이었지만, 배움이 그리웠다. 평생 식모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식모 일을 그만두고 직업학교로 들어가 편물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술을 익히고 배우며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세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이 분야의 최고가 되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배우고 싶었다. 공부하고 싶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밤에는 검정고시를 위해 학원을 다녔다.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이 별것 아니지만, 척추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무리가 와 통증과 고통으로 온몸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배움을 향한 그녀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푹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꿈과 용기, 비전을 찾아 멀고 먼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가 편물 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무려 14년간이다. 하지만 그곳은 정말 그녀에게 천국이었다. 물론 그곳에서 겪었던 시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케냐인들이 그녀에게 대해주었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은 그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구나.”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그들에게 더 큰 보답을 하고 싶었다. 빈약한 영어 실력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 뉴욕에서 학사를 마치고,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석사학위(현재는 박사학위 소지자다)를 받았다. 인내와 끈기,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공부는 이렇게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학업을 마친 뒤, 그녀는 한국이 아니라 다시 케냐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그들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는 바로 저자 김해영의 이야기다. 장애라는 이유로, 식모라는 이유로, 공장 노동자라는 이유로 멸시와 무시의 시선을 받았을지라도, 털실 먼지 가득한 컴컴한 편물 공장 한구석에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았던 그녀처럼 어느 자리에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이 방황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그리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삶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자 김해영, 출판사 드림셀러, 발행일 2022년 12월 5일, 224쪽, 에세이,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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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