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8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28일 개막해 8일까지 12일간의 열전을 펼친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169개, 4567명의 선수단이 22개 종목에서 54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뤘다.
17개 종목에 선수 83명(남자 46명, 여자 37명)을 포함한 177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 종합 순위 22위로 대회를 마쳤다.
개막 전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 5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이 금메달 6개 이상을 획득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오베르빌리에 메인미디어센터(MPC)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많은 감동을 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목표 달성 여부를 차치하고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한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특히 사격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며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금메달 3개, 은메달 3개)을 낸 한국 사격은 패럴림픽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박진호(강릉시청)가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와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 등급 SH1)에서 2관왕에 올랐다. 조정두(BDH파라스)는 P1 남자 10m 공기권총 스포츠등급 SH1에서 금메달을 명중했다.
탁구는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하며 총 14개로 가장 많은 메달을 안겼다. 김기태는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폐회식을 하루 앞둔 7일엔 김영건(광주광역시청)이 탁구 남자단식(스포츠등급 MS4)에서 6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보치아는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의 우승으로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 획득 금자탑을 쌓았다. 정호원은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에서 우승했다.
장애인 체육계가 풀어야 할 숙제도 확인했다. 사격과 탁구 등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으나, 타 종목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17개 출전 종목 중 메달을 딴 종목은 6개뿐이다.
정진완 회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카누와 트라이애슬론은 장애인 연맹조차 없었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성적이 부진한 양궁과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 정식 종목 채택이 유력헌 클라이밍 종목에 맞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선수들은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은 김황태(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수영 750m, 사이클 20km, 육상 5km를 달리는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완주했다.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두 팔이 없는 김황태는 심한 유속의 센강 물살을 배영으로 헤쳐 나갔고, 의수를 끼고 사이클을 달린 뒤 육상까지 내달렸다. 그는 결승선을 통가한 뒤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이자 핸들러(경기 보조인)김진희 씨에게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태권도 주정훈은 남자 80kg급 스포츠등급 K44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8강전에서 골반을 다쳐 걷기조차 힘든 통증을 호소했지만 투혼을 발휘했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할머니 댁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사고를 당했다. 할머니 김분선 씨는 그날부터 평생 본인이 죄인이라며 눈물 속에 살다가 2021년 별세했다. 주정훈은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메달과 (평소 좋아하셨던) 고기반찬을 들고 할머니 묘소를 찾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범죄도시의 분장팀장으로 활동하는 등 영화계의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였다가 낙상 사고로 장애인이 된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조은혜(부루벨코리아)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는 첫 패럴림픽에서 개인전 플뢰레 스포츠등급 B에서 4위에 올랐다.
파리 현지에서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들은 사격 김정남(BDH파라스)은 슬픔 속에서도 사격 P3 혼성 25m 권총 스포츠등급 SH1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장례를 지켜보지 못해 매우 힘들었는데 값진 동메달을 영전에 바칠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메달 문턱에서 아쉽게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1960년생으로 한국 선수단 최고령 선수인 양궁 김옥금(광주시청)은 여자 단식 스포츠등급 W1과 혼성 단체전(스포츠등급 W1)에서 모두 4위를 했다.
그는 단식 4강전 5엔드 123-132에서 쏜 마지막 화살이 과녁 밖으로 나가 0점 처리가 되면서 결슨 진출이 좌절됐다.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3엔드에선 함께 출전한 박홍조(서울특별시청)가 '1점'을 쏘는 바람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리우 대회 3관왕을 차지했던 수영 조기성은 평영 50m(스포츠등급 SB3)에서 3위 선수에게 0.21초, 개인 혼영 150m(스포츠등급 SM4)에선 3위 선수에게 0.16초 치러 뒤져 모두 4위에 그쳤다.
김옥금과 조기성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선수들의 투혼은 관중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정작 졍기 대부분이 생중계되지 않아 국민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다.
패럴림픽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비장애인들에겐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준다.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야 하는 것도 이번 대회가 남긴 큰 숙제다.
정 회장은 "장애인들은 장애인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며 "나도(교통사고 후) 병원에서 휠체어 농구 중계를 보고 장애인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패럴림픽 중계는 많은 장애인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줘서 사회 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좀 더 많은 패럴림픽 경기가 중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이 최근 정치권에서 장애인 스포츠 시청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 움직이 있다"며 패럴림픽이 올림픽, 월드컵, 여자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 대회'로 지정돼 방송사업자가 중계할 의무가 생긴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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