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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 실종 대책 법안 '속 빈 강정' 우려
    작성일
    2021-03-26 17:17

    발달장애인 실종 대책 법안 '속 빈 강정' 우려

    지역사회, 경찰, 국가 등 간의 통합·공조된 실종 대응체계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26 11:04:36
    실종된 자폐성 장애인 정준호씨를 찾는 전단지. ⓒ에이블뉴스 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실종된 자폐성 장애인 정준호씨를 찾는 전단지. ⓒ에이블뉴스 DB
    작년 말 어머니와 산책 도중 자폐성 장애인 장준호씨가 실종되었는데,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지적‧자폐성 장애인 실종과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5년 동안의 발달장애인 실종 건수는 8000건을 상회했다.

    5년 동안 실종된 지적‧자폐성 장애인 미발견 건수는 총 104건, 찾았으나 이미 사망한 경우는 271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 인구수 대비 실종 건수 비율이 0.25%인 것에 비해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엔 2.47%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실종에 상당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동보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실종되어 찾지 못한 비율이 약 2배, 사망한 비율도 4.5배나 높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실종아동법에서는 실종아동은 아동권리보장원, 실종 치매노인은 중앙치매센터로 위탁해 수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엔 실종업무 기관을 따로 규정한 것이 없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실종아동과 지적‧자폐성 장애인 업무를 같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이 지적‧자폐성 장애인 특성 고려한 실종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실종아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실종 관련 업무를 맡는 기관으로 전문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사실 실종업무란 경찰이 다 붙어도 해결이 겨우 될까 말까 한 성격의 것이다. 그래서 옹호기관에서 일하시는 분과 일각에서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경찰인력 이상의 인력 수를 주어야지만 실종인 관련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합당한 의견이라 본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식 때 현판.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식 때 현판. ⓒ이원무
    그렇게 하려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운영예산이 상당히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소리인데 학대통계를 위한 예산만 줬을 뿐 운영 관련 예산 증액은 거의 하지 않은 지금까지의 기재부 행보를 보면 솔직히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실종 장애인 관련 업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니, 차라리 회의감이 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실종 장애인 관련 업무처리 전문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어렵다. 하긴 기재부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충분한 예산을 주지 않았으니 권익옹호기관 측에서 고용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계약직을 뽑고 피해장애인 구제 및 학대사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옹호인력 전문성 제고가 어려울 수밖에.

    경찰과 복지부 간의 공조를 위해 실종아동법에 있는 법률을 개정한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이 법이 실종아동과 장애인 등을 같이 세트로 묶는 법이라 한편으로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어린아이로 취급할 여지를 남긴다. 이 실종아동법 원법 자체가 약간은 인권침해의 뉘양스를 남긴다.

    그리고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실종 장애인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가 실종 장애인 관련 업무를 회피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그래도 지적‧자폐성 장애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운영예산은 부족해 이곳도 애시당초 인력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팀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간의 연계와 업무분담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실종자 관련 포스터. ⓒunsplash 에이블포토로 보기 실종자 관련 포스터. ⓒunsplash
    필자 생각엔 국가, 경찰, 지역사회 등은 실종 장애인을 수색하고 보호하는 기능,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 장애인 보호와 관련된 감독 및 법률지원에 중점을 두어 명확한 역할분리가 되지만 이들 기관 간에는 서로 협력하면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결국, 경찰, 지자체, 국가, 권익옹호기관들 등 간의 칸막이 없는 행정과 긴밀하고 통합된 협력, 정보 공유 체계 속에 실종인을 제대로 찾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체계는 거의 부재하다시피 하다. 따라서 그런 체계부터 먼저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지적‧자폐성 장애인 등 장애인 실종 대응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강선우 의원의 실종아동법 개정안은 ‘속 빈 강정’이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법 개정안 발의 이전에 경찰, 지자체, 국가, 권익옹호기관들 간의 칸막이 없는 행정과 긴밀하고 통합된 협력, 정보 공유 체계 마련에 대해 전문가들,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현장의 의견을 정치권에서 다시 한번 깊게 청취하고 고민했어야 했다.

    물론 나름대로 의견을 청취하고 고민해서 이렇게 법을 발의했겠지만, 현장 의견 반영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발의안을 좀 더 검토하고 현장과 장애인 당사자 등의 의견을 다시 한번 청취하고 논의하면서 지적‧자폐성 장애인 실종과 관련해 지역사회와 경찰, 국가, 권익옹호기관 등 간의 통합 공조된 유기적 시스템을 확립하는데, 힘써 주시길 바란다.

    그렇지 않는 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실종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황 해결로 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그런 상황이 쳇바퀴처럼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장애인 실종 대응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라며.

    그나저나 이번에 실종된 장준호 씨가 무탈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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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