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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예술인이 존중받는 것이 예술인 복지”
    작성일
    2018-09-19 16:16

     

    ‘장애인 예술’ 심의위원 필요…활동증명 등록 활성화할 것

    ‘예술인고용보험제도 및 생활자금 융자’ 내년 시행 목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18 09:27:14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대표.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대표.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예술인복지재단)’ 설립에 장애예술인들은 희망을 가졌지만 지난 5년 동안 예술인복지재단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재단 설립 직후 장애예술인 간담회를 한다고 하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서 각 장르별로 대표성을 가진 예술인들을 선정하여 간담회 참여 리스트를 재단에 넘겼다. 

    간담회에서 나눌 의제를 정리하여 진지한 자세로 참석하였건만 대표라는 사람은 간담회장으로 들어서며 “왜 이렇게 많이 왔어?”라고 하였다.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예술인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마치 오지 않아도 되는데 왔다는 식의 발언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더니, 장애예술인 개인 개인에게 다가가지 않고 직원을 통해 자신의 명함을 돌리도록 하였다. 그것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무지한 행동이었다.

    그 후 재단은 장애예술인들과 불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2017년 11월 23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사당 본청 506호에서 개최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최의 ‘장애예술인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재단에 응수를 하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현재 시스템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며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나는 “재단은 우리를 예술인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급한 대로 재단의 창작준비금제도에 장애예술인을 넣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여 대찬성이라고 화답하였다.

    그 결과 2018년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 장애예술인(사전 예약자에 한해 원로, 장애예술인을 대상)이란 단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예술인복지재단 신임대표 소식을 접하고 인터뷰 요청을 하여 정희섭 대표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대담하는 정희섭 대표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이블포토로 보기▲ 대담하는 정희섭 대표 ⓒ한국장애예술인협회
    Q: 예술인복지재단의 역할이 그동안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재단이 만들어진 것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처럼 생활고 때문에 죽음에 이른 안타까운 사건이 예술인복지에 불을 붙이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그 전부터 예술인들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 왔습니다. 

    한 가지 예로 구본주 조각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보험회사와 보험금 산정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어요. 구본주 작가는 중견작가로 그 창작의 가치는 어마어마하지만 제도권 안에서 월급을 받은 적이 없어서 일용 노동자로 취급을 했죠. 

    이런 사건들이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법률이 만들어지기까지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행에도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가 재단 설립 5년째인데 앞으로 좀 더 정교하게 정책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Q: 예술과 복지는 그 가치가 서로 상충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지원해 주는 것이란 협의의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복지를 넓은 의미로 행복한 생활이라고 본다면 예술과 복지는 서로 동질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술의 가치나 의미, 중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은 자기 세계에 몰두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죠. 그런 토대에서 나오는 예술이라야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예술인 역시 생활인입니다. 예술인의 창작의욕이나 열망을 가로막거나 소모시키는 생계 문제를 조금이나마 보조해 드리는 차원에서 복지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술 장르별 특성과 예술가의 생애주기가 반영된 복지 정책이 필요하죠. 

    Q: 재단은 예술인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의 응원을 구상하고 있는지.

    가난한 예술인이어서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의 창작물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만든 예술인이 귀한 존재여서 예술인의 꿈과 희망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한 독지가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원하는 물건을 사 주겠다고 하여 그 소년이 유행하는 롱패딩 점퍼를 사 달라고 하자 후원을 끊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청소년을 후원하는 것은 청소년의 가난한 현실을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청소년의 꿈을 지원하는 것이죠. 또래 집단에서 그 시기에 누릴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 주는 지원이 진정한 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란 지위를 존중해 주는 것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밝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의 국정과제가 일자리 창출인데 예술인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앞서 말씀드렸던 예술인의 직업 인정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예술인들은 직업란을 무직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직위, 직장 연락처 등을 써야 하는데 작업 공간을 별도로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요즘 사회복지서비스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할 때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려고 하자 맞벌이가 아니라고 거부를 당했죠. 우리 사회 시스템은 조직에 소속이 안 된 사람들은 배제시키는 제도여서 예술인들이 사회제도 이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술 활동이 직업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봅니다. 

    Q: 예술활동증명이 재직증명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대표님의 제안에 깊이 공감하였는데, 그것을 제도화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재직증명서라는 것은 신원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예술활동증명으로 충분히 신원 확인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제도는 사회적 시스템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얼마고 세금을 얼마나 납부하고 있는지 또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로 신원을 확인하기 때문에 공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Q: 지금부터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보신 적이 있는지. 

    여러 차례 봤죠. 초대를 받아서 갔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장애인 배우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연기나 작품성보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것이 동정이나 연민이라기보다는 너무 진지하고 너무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활동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천수관음이라는 중국장애인예술단 군무를 보았는데 그 무용수들이 청각장애인인 것과 상관없이 춤 자체가 멋있고 예술적이었죠. 

    장애인예술은 바로 그렇게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예술 자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행사에 참석했다가 장애 체험으로 휠체어를 탄 적이 있는데 휠체어에 앉아서 떠오른 생각은 눈높이가 낮아지면 위험 요소가 많은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담뱃불을 손가락에 끼고 휘적거리다가 휠체어 타신 분 얼굴에 스칠 수도 있고, 문고리가 머리를 부딪히는 것도 보았거든요. 장애인과 눈높이를 맞춰 준다고 무릎을 굽히는 것이 다가 아니죠. 장애인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세밀히 살피고 그분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장애인 복지가 아닐까 합니다. 

    장애인 분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음놓고 하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중요 하지 강한 의지와 도전 정신으로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겨 내라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Q: 2018년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 장애예술인 언급이 있어서 우리 협회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었다. 하지만 역시 벽이 있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애예술인들이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실입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시스템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장애예술인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시스템을 바꿔 나갈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 과연 장애예술인들을 위해 올바른 것인 가에 대한 고민은 있습니다. 장애인예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심의위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Q: 예술활동증명에 장애예술인 등록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현재 등록된 예술인이 4만 7천 명이 넘고 그 가운데 장애가 있는 분은 100여 명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100여 명의 대부분은 뇌졸중 등으로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된 예술인이고 처음부터 장애를 갖고 창작 활동을 한 장애예술인은 20여 명 수준). 

    지금 협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장애예술인 수첩을 살펴보고 등록이 가능한 분들은 우리 재단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대학로 이음센터에 예술인활동증명 임시 창구를 마련해서 예술활동증명 등록을 해 드리겠습니다. 만약 이음센터에 오시기 불편하다면 우리 직원이 방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Q: 예술인복지재단 대표로서 꼭 이루어야 할 목표는. 

    재단이 가난한 예술인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재단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예술인의 지위를 확보해 드리기 위하여 환경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술인이 직업인으로서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고, 그에 따른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죠. 그래서 재단은 예술인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곳입니다. 

    현재 준비 중인 사업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예술인고용보험제도이고 또 하나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생활 자금을 융자해 주는 예술인복지금고사업입니다. 이 두 가지 사업을 2019년 실시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대표는 극단 현장 대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실장, 국립 극장 공연과장 등을 지내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한 공연예술 전문가이다.

    방송 32년 동안 진행한 인터뷰 건수가 3만여 건인데 비장애인으로 성숙한 장애 감수성을 가진 사람과의 인터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정 대표의 장애 감수성은 최고의 수준이었다. 2년 동안 『E美지』 촬영을 해 주는 이재훈 사진작가도 기분이 좋아서 내내 미소 지었다. 앞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의 협업은 기대할 만하다. 

    글 방귀희/사진 이재훈

    ‘예술활동증명’은 온라인 신청 후 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완료’, ‘미완료’의 결과를 확인하는 행정상의 절차이다. 

    예술활동증명 

    ●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예술인 복지법」 상의 예술 인임을 확인하는 기본 절차 과정 

    ● 예술활동증명이 완료된 예술인은 예술인패스 카드가 발급되고, 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인 복지사업에 참여 가능 

    예술활동증명 심의대상 

    ● 15개 [문학, 미술(일반, 디자인·공예, 전통미술), 사진, 건축, 무용, 음악(일반, 대중음악), 국악, 연극, 영화, 연예(방송, 공연), 만화] 등 예술 분과에서 창작, 실연, 기술지원 및 기획 등의 형태로 예술 활동을 하는 직업 예술인 

    예술활동증명 심의기준 

    예술인복지법 시행령에 고지된 예술활동증명 심의기준은 1) 공개 발표된 예술 활동, 2) 예술 활동 소득, 3) 기준 외(경력단절, 원로) 예술 활동으로 분류되며, 심의위원회에서 심의기 준에 따라 심의를 진행한다. 심의기준은‘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 예술활동증명에 관한 세부 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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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