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 사직서 내고 가톨릭대학교 의학과에 ‘편입’
글 쓰고 싶어 ‘작가’…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 얻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02 09:38:32
청소년기 류미의 길찾기
류미는 박리성 골연골염으로 10분 이상 서 있을 수 없고, 30분 이상 걷지 못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양쪽 발목을 크게 다쳐 깁스를 한 채 대학입시를 치르고 연세대학교 의생활학과에 입학하였지만 1학기 만에 자퇴했다.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학을 막연히 동경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도전하여 합격했다.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안고 대학신문 기자에 응시했다. 응시 시험 문제는 자기소개였다. 류미는 ‘이 종이 한 장에 나 자신을 소개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적어 제출했다.
현실에 대한 의심을 기자의 최고 덕목으로 생각한 선배 기자들은 이 건방진 자기소개에 최고 점수를 주었다.
신입생이던 그해 여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멋진 연애를 꿈꾸었다가 선배 기자로부터 ‘문제의식이 없는 프티부르주아’라는 말을 듣고 대학신문을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최고의 연애소설로 『상실의 시대』를 꼽는다.
기자냐 의사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부분의 동기들은 고시 준비를 했지만 그녀는 고시 패스로 얻는 직업이 싫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수가 되는 것도 싫었다. 하기 싫은 걸 빼다 보니 남는 것 중에 그래도 덜 지루하겠다 싶었던 일이 신문사였다.
그래서 졸업하던 해에 중앙일보 입사 시험에 지원했지만 1박 2일간의 등산이라는 최종 면접 관문에서 중도 포기해야 했다. 이후 경향 신문에 입사해 편집기자로 일했다. 편집부에서 취재기사를 배분하고 제목 붙이고 하는 일을 2년쯤 하다 보니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를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내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으니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하면 되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문사에 사직서를 내고 가톨릭대학교 의학과로 편입했다. 의대생 생활은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고, 체력적으로도 중노동이었다. 100번쯤 시험을 보고 나니 정신과 레지던트가 되었다.
작가도 좋아
목표를 이루고 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즈음 친구가 신문에 실린 공모전 기사를 오려 주면서 ‘해봐’라며 건네주었다. 레지던트 2년 차여서 적당히 병원 생활에 적응되어 뭐 재미있는거 없나 하던 차여서 부지런히 응모 준비를 하였다.
큰 기대 없이 단지 글을 쓸 핑곗거리가 생긴 것이 즐거웠다.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에서 보낸 레지던트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수기를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에 <휠체어인턴 병원분투기>로 응모하여 대상 없는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그해 환경재단이 발표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33인’에 선정되었다.
2011년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 2014년 『동대문 외인구단』, 2017년 소설 『리스너』를 발간하며 본격적인 소설가로 접어들었다. 현재 충남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만나는 사람이 정신질환자이자 범법자라는 이중의 굴레를 쓴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연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서 작가로서 영감을 받으며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휠체어 탄 정신과 의사. 지금까지 류미 작가를 소개할 때 주로 쓴 표현인데 작가 류미는 어떤 사람일까?
Q: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바쁜 일정 속에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멈추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년에 한 번 정도 출간을 했으니까요. 평범한 일상의 엑센트를 찾으려는 저만의 몸부림일 뿐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Q: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이런 분도 있구나 싶어 류미라는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졌었다. 도전 정신이 강한 성격인 듯싶다. 가장 힘들었던 도전은?
첫 책 제목은 출판사가 지어 준 거예요.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 라는 제목인데요. 저는 그냥 ‘휠체어인턴 병원분투기’라는 담백한 제목으로 응모를 했었어요. 마케팅을 위해 출판사가 제목을 바꾸었는데 신체 조건으로 인해 도전가의 모습이 있다고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책도 우연한 기회에 응모한 것이 출간된 것이구요. 다만, 뭐랄까 지루한 것을 못 참는 면은 있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편이기는 하죠.
취재기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만나는 사람들이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을 거고요. 제가 그냥 얼굴 대 얼굴로 솔직하게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싶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도전한 것이 의사의 길인데 이렇게 꾸준히 도전을 한 것과 장애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이라는 단어는 정말 좀 부담스러워요. 저는 특별히 의사를 해야겠다, 도전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몸이 불편하니까 조직 생활에서 좀 수동적으로 되는 것 같아 혼자서 할 수있는 자격증을 따고 싶었어요.
핸디캡이 있으니까 어려운 자격증을 따야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판단했죠. 인턴을 시작하고 첫 몇 달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인턴이 대표적인 3D죠. 온갖 잡일을 하는 병원의 말단 의사거든요.
인턴이 휠체어를 타고 환자를 보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의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죠. 휠체어는 환자용이란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 휠체어 의사를 인정하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죠.
류미는 박리성 골연골염으로 10분 이상 서 있을 수 없고, 30분 이상 걷지 못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양쪽 발목을 크게 다쳐 깁스를 한 채 대학입시를 치르고 연세대학교 의생활학과에 입학하였지만 1학기 만에 자퇴했다.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학을 막연히 동경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도전하여 합격했다.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안고 대학신문 기자에 응시했다. 응시 시험 문제는 자기소개였다. 류미는 ‘이 종이 한 장에 나 자신을 소개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적어 제출했다.
현실에 대한 의심을 기자의 최고 덕목으로 생각한 선배 기자들은 이 건방진 자기소개에 최고 점수를 주었다.
신입생이던 그해 여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멋진 연애를 꿈꾸었다가 선배 기자로부터 ‘문제의식이 없는 프티부르주아’라는 말을 듣고 대학신문을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최고의 연애소설로 『상실의 시대』를 꼽는다.
기자냐 의사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부분의 동기들은 고시 준비를 했지만 그녀는 고시 패스로 얻는 직업이 싫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수가 되는 것도 싫었다. 하기 싫은 걸 빼다 보니 남는 것 중에 그래도 덜 지루하겠다 싶었던 일이 신문사였다.
그래서 졸업하던 해에 중앙일보 입사 시험에 지원했지만 1박 2일간의 등산이라는 최종 면접 관문에서 중도 포기해야 했다. 이후 경향 신문에 입사해 편집기자로 일했다. 편집부에서 취재기사를 배분하고 제목 붙이고 하는 일을 2년쯤 하다 보니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를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내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으니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하면 되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문사에 사직서를 내고 가톨릭대학교 의학과로 편입했다. 의대생 생활은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고, 체력적으로도 중노동이었다. 100번쯤 시험을 보고 나니 정신과 레지던트가 되었다.
작가도 좋아
목표를 이루고 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즈음 친구가 신문에 실린 공모전 기사를 오려 주면서 ‘해봐’라며 건네주었다. 레지던트 2년 차여서 적당히 병원 생활에 적응되어 뭐 재미있는거 없나 하던 차여서 부지런히 응모 준비를 하였다.
큰 기대 없이 단지 글을 쓸 핑곗거리가 생긴 것이 즐거웠다.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에서 보낸 레지던트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수기를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에 <휠체어인턴 병원분투기>로 응모하여 대상 없는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그해 환경재단이 발표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33인’에 선정되었다.
2011년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 2014년 『동대문 외인구단』, 2017년 소설 『리스너』를 발간하며 본격적인 소설가로 접어들었다. 현재 충남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만나는 사람이 정신질환자이자 범법자라는 이중의 굴레를 쓴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연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서 작가로서 영감을 받으며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휠체어 탄 정신과 의사. 지금까지 류미 작가를 소개할 때 주로 쓴 표현인데 작가 류미는 어떤 사람일까?
Q: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바쁜 일정 속에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멈추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년에 한 번 정도 출간을 했으니까요. 평범한 일상의 엑센트를 찾으려는 저만의 몸부림일 뿐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Q: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이런 분도 있구나 싶어 류미라는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졌었다. 도전 정신이 강한 성격인 듯싶다. 가장 힘들었던 도전은?
첫 책 제목은 출판사가 지어 준 거예요.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 라는 제목인데요. 저는 그냥 ‘휠체어인턴 병원분투기’라는 담백한 제목으로 응모를 했었어요. 마케팅을 위해 출판사가 제목을 바꾸었는데 신체 조건으로 인해 도전가의 모습이 있다고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책도 우연한 기회에 응모한 것이 출간된 것이구요. 다만, 뭐랄까 지루한 것을 못 참는 면은 있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편이기는 하죠.
취재기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만나는 사람들이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을 거고요. 제가 그냥 얼굴 대 얼굴로 솔직하게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싶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도전한 것이 의사의 길인데 이렇게 꾸준히 도전을 한 것과 장애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이라는 단어는 정말 좀 부담스러워요. 저는 특별히 의사를 해야겠다, 도전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몸이 불편하니까 조직 생활에서 좀 수동적으로 되는 것 같아 혼자서 할 수있는 자격증을 따고 싶었어요.
핸디캡이 있으니까 어려운 자격증을 따야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판단했죠. 인턴을 시작하고 첫 몇 달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인턴이 대표적인 3D죠. 온갖 잡일을 하는 병원의 말단 의사거든요.
인턴이 휠체어를 타고 환자를 보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의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죠. 휠체어는 환자용이란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 휠체어 의사를 인정하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죠.
Q: 대개 성공한 분들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성공이라뇨. 무슨 그런 엄청난 단어를… 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도 정확한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몸이 불편한 것을 오픈했을 뿐이죠.
Q: 두 번째 작품 『동대문 외인구단』은 어떤 내용인지.
읽어 보세요. 그래도 세종도서에 선정까지 되었답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중학생들과 1년 동안 야구팀을 꾸려서 진행했던 이야기예요. 동대문경찰서에서 청소년야구 교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제가 멘탈코치로 아이들과 상담하며 고민을 듣고, 야구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변화해 가는 모습을 기록한 내용인데 읽어 보신 분들이 의외로 재미가 있다고 하세요.
Q: 세 번째 작품 『리스너』는 우리 사회 현상을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 『리스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 말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말하고 싶어한다. 다만 말할 수 있는 상황, 타이밍, 대상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 다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뭐 이런 메시지죠. 리스너(listener)는 경청자를 뜻합니다. 정신과 의사 류미는 왜 소설 『리스너』를 썼을까? 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스피커와 리스너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죠.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 잘 들어주고, 정확하게 질문하는 경청의 기술이 필요해요. 소통의 시작은 경청이거든요. 그럼에도 대개 말 잘하는 사람의 스피치 능력은 높게 평가하면서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의 경청 능력은 과소평가해요.
경청 능력을 판단할 기준이 뚜렷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듣는 사람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합니다. 또한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원만한 대화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죠.
‘소통이 안 된다’고 불만을 하는데 불통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자기 말만 하고 타인의 말은 듣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죠. 정신과 의사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예요.
경청은 프로 리스너인 정신과 의사들에 게도 힘든 일이죠. 잘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체력이 소진돼요. 듣는 일은 뇌를 쓰는 일이고,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피곤한 상태로는 상대의 말을 들어줄 여력이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리스너가 되지 않는 것인데 소통을 위해서는 잘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사회적 소통으로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Q: 요즘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로서 미투운동을 어떻게 보는가.
정신과 의사로서 미투운동을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정신과 의사도 수많은 사람이 있고 입장이 다 같을 수는 없죠. 저는 개인적으로는 천부인권이 가장 정답이라고 봐요.
지위 고하,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누가 누구를 아래로 대할 수 있는 권리는 없거든요. 원론적이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혹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일매일 그냥 재미있게 살다 보면 또 뭔가 하고 싶어지는 게 나오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지금은 없어요. 도전을 준비하고 이런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한마디 더 붙이면 이제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요. 장애가 있는데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다,
이게 아니라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는데 알고 보니 장애가 있더라. 이런 식의 시각이 필요해요. 마침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 중에 ‘메달이 없어도 즐기자’라는 기사가 났더군요. 장애-도전 패러다임을 좀 넘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습니다.
성공이라뇨. 무슨 그런 엄청난 단어를… 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도 정확한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몸이 불편한 것을 오픈했을 뿐이죠.
Q: 두 번째 작품 『동대문 외인구단』은 어떤 내용인지.
읽어 보세요. 그래도 세종도서에 선정까지 되었답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중학생들과 1년 동안 야구팀을 꾸려서 진행했던 이야기예요. 동대문경찰서에서 청소년야구 교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제가 멘탈코치로 아이들과 상담하며 고민을 듣고, 야구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변화해 가는 모습을 기록한 내용인데 읽어 보신 분들이 의외로 재미가 있다고 하세요.
Q: 세 번째 작품 『리스너』는 우리 사회 현상을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 『리스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 말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말하고 싶어한다. 다만 말할 수 있는 상황, 타이밍, 대상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 다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뭐 이런 메시지죠. 리스너(listener)는 경청자를 뜻합니다. 정신과 의사 류미는 왜 소설 『리스너』를 썼을까? 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스피커와 리스너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죠.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 잘 들어주고, 정확하게 질문하는 경청의 기술이 필요해요. 소통의 시작은 경청이거든요. 그럼에도 대개 말 잘하는 사람의 스피치 능력은 높게 평가하면서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의 경청 능력은 과소평가해요.
경청 능력을 판단할 기준이 뚜렷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듣는 사람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합니다. 또한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원만한 대화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죠.
‘소통이 안 된다’고 불만을 하는데 불통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자기 말만 하고 타인의 말은 듣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죠. 정신과 의사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예요.
경청은 프로 리스너인 정신과 의사들에 게도 힘든 일이죠. 잘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체력이 소진돼요. 듣는 일은 뇌를 쓰는 일이고,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피곤한 상태로는 상대의 말을 들어줄 여력이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리스너가 되지 않는 것인데 소통을 위해서는 잘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사회적 소통으로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Q: 요즘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로서 미투운동을 어떻게 보는가.
정신과 의사로서 미투운동을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정신과 의사도 수많은 사람이 있고 입장이 다 같을 수는 없죠. 저는 개인적으로는 천부인권이 가장 정답이라고 봐요.
지위 고하,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누가 누구를 아래로 대할 수 있는 권리는 없거든요. 원론적이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혹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일매일 그냥 재미있게 살다 보면 또 뭔가 하고 싶어지는 게 나오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지금은 없어요. 도전을 준비하고 이런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한마디 더 붙이면 이제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요. 장애가 있는데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다,
이게 아니라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는데 알고 보니 장애가 있더라. 이런 식의 시각이 필요해요. 마침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 중에 ‘메달이 없어도 즐기자’라는 기사가 났더군요. 장애-도전 패러다임을 좀 넘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습니다.
# 주요 경력
인천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가톨릭대학교 의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 국립법무병원(충남 공주 소재) 전문의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공모 ‘휠체어인턴 병원분투기’ 우수상 2011년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21세기 북스) 출간 2011년 환경재단의 <2011년 세상을 밝게 만들 사람들 33인>에 선정 2014년 동대문경찰서 청소년 야구교화 프로그램 멘탈코치 2014년 <동대문외인구단>(생각정원)’ 출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2017년 소설 『 리스너』(이요재) 출간 외.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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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가톨릭대학교 의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 국립법무병원(충남 공주 소재) 전문의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공모 ‘휠체어인턴 병원분투기’ 우수상 2011년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21세기 북스) 출간 2011년 환경재단의 <2011년 세상을 밝게 만들 사람들 33인>에 선정 2014년 동대문경찰서 청소년 야구교화 프로그램 멘탈코치 2014년 <동대문외인구단>(생각정원)’ 출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2017년 소설 『 리스너』(이요재) 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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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