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맞춘 발달장애인 직업가이드- 10 "직업 유지의 중요성"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0-16 15:41:56
‘창업이 쉽고 수성은 어렵다(創業易守成難)’고 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 시대의 기록인 정관정요에서 지적한 사실은 지금도 기업 경영계에서는 중요한 사실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 일자리에서도 이 원칙은 사실 중요한 것이다. 원용을 하자면, “취업은 쉬워도 유지는 어렵다” 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일자리 통계에도 맹점은 있다.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부분은 잘도 강조하는 정부가, 일자리 유지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히 일자리 대란을 들먹이며 현 정부를 공격하는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발달장애인을 잘 받아주는 회사는 사실 모든 회사가 그래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회사가 있으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적응과 정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국가도, 기업도 관심이 없다.
사실 필자도 엄격히 말하면 적응과 정착이 순탄치 않았다.
첫 직장이었던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적응과 정착에 성공하려던 순간에 계약 기간 만료로 떠나야 했었고, 그 이후의 직장은 한번은 신뢰를 잃는 사태로, 한번은 정착의 순간에 관리자의 합리적이지 않은 인사정책과 사내정치에 희생되었다.
그러니 적응과 정착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최장기 근속 기간이 불과 ‘2년’이라는 불편한 사실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달장애인 직원의 적응은 사실 엄격히 따지면 지역사회까지도 협조해야하는 이슈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지 않고 시설에 수용되어야 한다”는 등 지역사회의 ‘진상’이 발달장애인의 일 할 기회를 뺏기도 하는 경우도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러한 ‘진상’의 행동이 ‘장애혐오’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경우에는 향후 재취업에서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행동 자체에서 평소와 다른 상태가 발생한 경우가 하루 이틀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러한 시점에서 그 사실을 잡아내고 곧장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할 수 있다.
필자도 그 전날 야간에 들었던 충격적인 소식의 여파로 다음 날 업무 효율이 일부 하락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엠와이소셜컴퍼니(이하 MYSC)가 주관한 세미나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발달장애인 고용 유지에 관한 세미나였는데, 연사로 참여한 기업의 담당자가 연설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이 신선했다.
정신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고용을 할 때 다방면의 지원팀을 구축하여 담당 직원이 날마다 보고서를 쓰기도 하고, 심지어는 담당 직원은 그 직원이 약물을 복용했는지, 적절한 수면을 했는지를 꼭 체크하라는 지시사항이 인상 깊었다.
만약 이 점검에서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그날 해당 직원은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귀가하여 안정 조치를 받도록 하는 규정까지 있다.
또한 고용을 그냥 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의 장애인 인재 풀을 갖추고, 심지어는 재도전을 하여 꼭 일할 수 있도록 면접 실패자들에게 면접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또 다른 기업은 발달장애인 고용과 그 유지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실험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먼저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
그들의 의지를 폄하하지 않도록 직무 배치부터 직원 간 관계, 주위 환경의 알맞은 조성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지원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은 관리자뿐만이 아니다. 필요하면 가정과 지역사회까지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YSC의 세미나에서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발달장애인 직원의 수면시간과 노동시간, 업무효율성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며 자기 관리뿐만 아니라 가정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의 자원 활용 사정이 맞지 않으면 그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업무 효율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다못해 동네 가게 주인이 불친절해서 간단한 다과 구매를 할 때 서로 얼굴을 붉히며 거래하는 모습은 좋지 않은 것이다.
발달장애인 고용에서 이제 일자리 수의 증가보다는 이직율의 감소와 이직의 원인이 상향 이직, 즉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이외에는 그 비중이 적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 당국과 기업, 발달장애인계 모두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내려온 진리를 잊지 말아야한다. 이제 발달장애인 일자리 증가만큼이나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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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