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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지 않은 장애청년들의 한국사회 살아가기
    작성일
    2018-07-16 14:53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20~30대 함께 모여 고민 공유

    당사자 관점 현안분석, 고등교육·활동지원 정책개선 제안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11 19:16:33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진행된 장애청년토크 콘서트 현장.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진행된 장애청년토크 콘서트 현장. ⓒ에이블뉴스
    일자리, 소득, 교육, 결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청년 누구나 갖는 고민이고 관심사다. 전 생애에 걸쳐 청년들에게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은 비단 비장애청년에게만 국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청년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임금은 비장애인에 비해 적어 한국에서 ‘살아가기’가 더 어렵다. 개별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고등교육 역시 제대로 받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최경숙)이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장애청년들의 고민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지체, 청각, 시각 등 각 장애 유형별 장애청년들이 자리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경험한 어려움, 특별한 삶을 공유하고 경험을 통해 만든 정책을 제안했다.
     

    장지혜씨가 유년시절부터 장애로 인해 겪은 차별을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지혜씨가 유년시절부터 장애로 인해 겪은 차별을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매 순간이 도전, 초등학교 입학부터 취업까지=경상남도의 한 소도시에서 태어난 장지혜씨(지체)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도전에 직면했다. 애초 부모님은 장씨의 건강을 걱정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키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본래 입학해야 하는 시기보다 2년 뒤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마저도 부모님은 장씨가 입학해 1주만 다니고 학교를 그만두도록 할 계획이었다고. 

    하지만 장씨는 학교를 다니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며 부모를 설득했다. 공부도 열심히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장씨는 사실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학생이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입학은 안된다. 편의시설이 갖춰진 다른 고등학교로 가라.”

    장애인 차별로 고등학교 입학을 퇴짜 맞았고 결국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입학했으나, 여러 이유로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말았다. 

    장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장애학생의 학습권이 비교적 잘 보장되는 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장씨는 대학생활에서 느끼지 못한 차별을 취업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비장애인 친구들은 도서관의 직원으로 취업했지만, 장씨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도서관 직원으로 일하기에는 어렵다며 거부를 당한 것이다.

    “학점도 좋았어요.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도서관 취업을 할 수 없었어요.휠체어를 타고 도서관에서 일을 해하는데 동선이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어요.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었죠”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의 장애인복지관에서 정보화교육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80만원의 적은 월급에도 어디서 이런 자리를 구하겠냐는 생각에 꾸준히 다니려 했으나, 산재(골절)로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면서 실업급여로 생활을 하게 된 장씨는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애인이 취업을 하기에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지원을 한 회사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던 것이다. 

    “장애인인 것을 밝히지 않은 채 이력서를 넣으니 모 공사에서 바로 연락이 왔어요.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갔더니 왜 휠체어 사용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하더군요. 면접에서는 아버지를 자랑해보라는 부당한 질문도 받았죠.”

    현재 장씨는 지난 2014년 서울시립대도서관의 중증장애인경력경쟁채용에 합격해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장애청년 연애 =장애청년 신홍규(대학생)씨는 비장애인 여성과의 첫 소개팅 경험을 소개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지체장애를 가진 신씨는 병원에서 퇴원을 한 후 소개팅을 하게 됐다. 막상 비장애인 여성과 소개팅을 하게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행상 장애가 있다보니 여성 앞에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고민을 한 것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소개팅 40분 전 약속장소에 미리 가 앉아있자’였다. 소개팅 자리에 나온 여성과는 대화가 잘 통했다. ‘꿀맛’ 나는 대화가 두 시간여 동안 흘렀다. 신씨는 이게 연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상대 여성분이 나가서 재미있게 놀자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의자에서 일어날 수 없었어요. 결국 다음에 또 보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버리고 상대를 보냈죠. 제 첫 소개팅은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가게 됐어요.”

    이후 다른 비장애인 여성과 연애를 하게 됐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사회는 남성에게 ‘이성을 집에 바라다 줘야 한다’, ‘무거운 짐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는 식의 남성성을 요구하는데, 지체장애 때문에 박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연애하면서 박탈감을 느끼곤 했어요. 제 장애 때문에 무거운 짐을 여자친구가 들어줬어요. 여자친구가 저를 집까지 바래다주기도 했어요. 이런 부분이 연래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서울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었던 장지혜씨는 본인의 바람을 이뤘다. 장씨가 서울남자를 고집한 이유는 여성에게 자상하고 스윗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장씨는 10년 간 알고지내던 지금의 남자친구(서울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친구 주변에는 장애인이 한명도 없었고,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다. 

    “남자친구는 제가 생각하는 서울남자와 거리가 멀어요(웃음). 장애인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예의인지 기본도 몰랐죠. 첫 데이트 때는 손을 잡으니까 부끄러워했어요. (생각해보면)제가 휠체어를 타서 그런 것 같았요.”

    장씨는 3년 6개월 가량을 연애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제가 비장애인인 남자친구를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알게 돼 좋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서로 배려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는거죠. 결혼은 글쎄요. 하게될 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왼쪽부터)장애청년 신홍규씨, 박관찬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왼쪽부터)장애청년 신홍규씨, 박관찬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교육, 취업, 사회인식 문제 ‘산적’ 해결돼야=장애청년들은 본인들의 한국살이 경험담 뿐만 아니라, 산적한 장애인 현안을 장애청년 입장에서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신홍규씨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대학교에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입학한 후에도 여러 제약 때문에 곤란함을 겪는다.

    교육부가 발표한 특수교육 통계(2016)를 보면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8만 7950명,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2만 3943명이다.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69.8%이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46%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65%)는 전공과에 진학한다. 전공과는 2년제로 특수학교 등에 설치된 일종의 직업훈련 과정이다. 

    4년제 정규대학이 넘치지만 장애학생은 여전히 입학하기 어렵다. 장애학생 전형 등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장애학생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특수교육원 조사결과(2015) 서울시내 근교 캠퍼스 운영 사립대학 9개교 중 장애학생들이 통학이나 교내 이동에 필요한 저상 셔틀버스, 리프트 장착 버스가 있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이동권 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인들의 수업권 박탈은 장애학생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대학별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두고 장애학생을 지원토록 하지만 지원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 학교는 담당자 한명이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여명의 장애학생을 맡고 있다. 

    신씨는 “장애유형·정도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집행해 장애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개선하고, 정부차원에서 장애학생을 위한 대학 내 이동권, 수업권, 개선 계획이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다.

    이어 “장애학생의 지원을 맡는 장애학생지원생터에 예산을 지원하고 추가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센터의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청각 중복장애를 가진 박관찬씨는 현행 활동지원서비스 지급 기준인 판정도구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시·청각장애인은 외관상 건강해보이지만 중복장애로 인한 여러 어려움이 있다. 시각장애인은 보행 혹은 어떤 행위를 하면서 청각에 의존하지만 청각장애를 동반하면 듣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명확한 법적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아, 시청각장애인들은 장애인 중에서도 소수자로 장애인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가 절실하지만 판정기준이 지체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불리한 결과를 받을 때가 많다는 것. 박씨 역시 첫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당시 가장 낮은 등급인 4등급을 배정받았다. 

    박씨는 “욕구가 있음에도 원활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청년을 위해 활보 심사기준을 장애유형별로 세분화하고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시청각장애 등 소수장애에 대한 교육도 추가적으로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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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