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추진되면 부작용 고스란히 장애인들이 감수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10 12:52:17
얼마 전 장애인정책 종합계획과 함께 장애등급제 폐지가 발표됐다. 이제 14개월 정도 뒤인 2019년 7월이 되면 장애 등급제가 폐지 될 것이다.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장애인복지의 기준이 되었던 장애등급을 대신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필요하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동안 등급제 폐지에 대해 검토해 왔고 시범사업 등도 진행해 왔기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종합적 욕구조사로 필요한 서비스들을 결정하겠다는 내용 이외에 구체적인 사항들은 하나도 언급된 것이 없다.
심지어 종합적 욕구조사라는 것이 어떠한 내용들인지에 대해서도 우리들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20개 부처가 참여하는 장애등급제폐지시행준비단이 구성되어 이제 막 첫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격월로 회의를 진행하여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준비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준비단의 회의를 통해 장애등급을 활용하는 할인이나 감면제도 등 79개 서비스의 기준을 바꾸어 갈 것이라 한다. 격월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7회 내외의 회의를 더 진행할 수 있다는 셈이다. 그리고 산술적으로 매 회의마다 11개 내외의 서비스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뛰어난 학식이나 높은 식견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닐 것 같다.
'종합적 욕구조사',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와 같은 용어로 불리고 있는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 결정의 기준이 되는 평가도구조차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만 고려해 봐도 14개월이라는 기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예전에 잠시 직업평가 업무를 했던 적이 있다. 단순한 평가도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짧게는 수개월에서부터 길게는 몇 년이 걸리고 만들어진 도구를 표준화 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모든 장애 유형의 장애인과 그들의 특성과 능력, 욕구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과연 14개월 이내에 완성할 수 있을까?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다면 완성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표준화 작업과 검증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려울 듯하다.
며칠 전 활동보조서비스 갱신 기간이 되어 심사를 받을 일이 있었다. 벌써 몇 번째 갱신 심사를 받는 것이지만 아직도 인정조사표는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당혹스럽기만 했다. 단지 활동지원제도와 관련된 조사표 하나 조차도 10여년이 넘도록 다양한 장애유형을 반영하는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장애인복지서비스 전체를 결정할 조사표를 짧은 시간동안에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그밖에도 걱정스러운 점들이 많이 있다. 할인이나 감면제도 등에는 기존의 장애등급 대신 중증장애와 경증장애를 기준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지카드와 같은 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에 그 정도가 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를 훼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계의 숙원사업이었기에 조속히 제도개편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우리 장애인들이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또, 부실한 준비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 중 일부는 활동보조서비스의 인정조사표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개선조차 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버릴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준비를 통해 내실을 기하는 것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졸속행정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우리 당사자들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 준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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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장애인복지의 기준이 되었던 장애등급을 대신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필요하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동안 등급제 폐지에 대해 검토해 왔고 시범사업 등도 진행해 왔기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종합적 욕구조사로 필요한 서비스들을 결정하겠다는 내용 이외에 구체적인 사항들은 하나도 언급된 것이 없다.
심지어 종합적 욕구조사라는 것이 어떠한 내용들인지에 대해서도 우리들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20개 부처가 참여하는 장애등급제폐지시행준비단이 구성되어 이제 막 첫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격월로 회의를 진행하여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준비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준비단의 회의를 통해 장애등급을 활용하는 할인이나 감면제도 등 79개 서비스의 기준을 바꾸어 갈 것이라 한다. 격월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7회 내외의 회의를 더 진행할 수 있다는 셈이다. 그리고 산술적으로 매 회의마다 11개 내외의 서비스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뛰어난 학식이나 높은 식견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닐 것 같다.
'종합적 욕구조사',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와 같은 용어로 불리고 있는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 결정의 기준이 되는 평가도구조차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만 고려해 봐도 14개월이라는 기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예전에 잠시 직업평가 업무를 했던 적이 있다. 단순한 평가도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짧게는 수개월에서부터 길게는 몇 년이 걸리고 만들어진 도구를 표준화 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모든 장애 유형의 장애인과 그들의 특성과 능력, 욕구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과연 14개월 이내에 완성할 수 있을까?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다면 완성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표준화 작업과 검증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려울 듯하다.
며칠 전 활동보조서비스 갱신 기간이 되어 심사를 받을 일이 있었다. 벌써 몇 번째 갱신 심사를 받는 것이지만 아직도 인정조사표는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당혹스럽기만 했다. 단지 활동지원제도와 관련된 조사표 하나 조차도 10여년이 넘도록 다양한 장애유형을 반영하는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장애인복지서비스 전체를 결정할 조사표를 짧은 시간동안에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그밖에도 걱정스러운 점들이 많이 있다. 할인이나 감면제도 등에는 기존의 장애등급 대신 중증장애와 경증장애를 기준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지카드와 같은 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에 그 정도가 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를 훼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계의 숙원사업이었기에 조속히 제도개편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우리 장애인들이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또, 부실한 준비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 중 일부는 활동보조서비스의 인정조사표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개선조차 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버릴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준비를 통해 내실을 기하는 것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졸속행정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우리 당사자들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 준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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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봉래 (jhobon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