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시·청각 장애인을 포함해 지체 장애인들의 선거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에 이어, 발달장애인들 역시 선거 관련 정보 접근성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현행 선거 공보물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안들과 전문적인 단어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선거제도 역시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도내 발달장애인복지시설에서 교육용 시청각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채널의 '쉽게 설명한 투표 안내 영상'에는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절차에 대한 설명은 자세히 나와 있지만, 정작 정당의 개념과 선거의 목적 등은 대부분 없거나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간다.
이렇다 보니 발달장애인들에겐 투표장에 가서 투표용지에 도장 찍고 기표함에 넣는 행위만 익숙할 뿐 근본적인 선거 개념의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발달장애인들에게 현행 선거 공보물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안들과 전문적인 단어들로 가득하다. 복잡한 선거제도 역시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경인일보DB |
실제 도내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김모씨는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장까지 갔지만 결국 발길을 돌렸다.
구청과 선관위에서 사전에 김씨가 다니는 발달장애인 지원 센터에 교육도 했고, 센터 자체적으로 모의 투표도 진행해봤지만, 선거날 투표장의 분위기는 교육받은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많은 후보가 적힌 긴 투표용지에 당황했고, 색이 다른 7장의 투표용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는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임을 밝히고 동행한 부모와 기표 부스에 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시각 장애인과 같은 지체 장애인만 동행인의 보조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투표 진행이 더뎌지는데 따른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김씨는 결국 자신의 참정권을 포기했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은 장애를 가진 원고가 '알기 쉬운 용어로 판결문을 써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국내 최초로 쉬운 판결문을 작성한 바 있다. 쉬운 판결문은 비전문적인 일상 어휘와 구어체 위주의 짧은 문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삽화와 도표 등으로 이해를 도왔다.
지자체와 행정 당국 역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지지원 등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배포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제도만큼은 여전히 발달장애인들에겐 높은 벽이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한국피플퍼스트 김수원 사무국장은 "지난 2015년부터 지속해서 쉬운 공보물과 후보자 사진, 정당 로고 등이 있는 그림 투표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직선거법이나 선거 매뉴얼 등에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지침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