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래"…장애인·비장애인, 함께 뛰어노는 사회 > 복지정보 | 성민복지관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 확대

    확대

  • 축소

    축소

  • 복지정보


    같이 놀래"…장애인·비장애인, 함께 뛰어노는 사회
    작성일
    2024-05-22 09:58

    암투병 중에도 집필과 강의로 마지막까지 최선의 삶을 살았던 故 장영희 교수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의 서문에 '같이 놀래'라는 글을 남겼다. 학원 앞에 10살쯤 되어 보이는 중증 장애아동이 놀고 있었다. 그때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학원을 들어가다가 이 아이를 보고는 가방으로 툭툭 치면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학원 교사로 보이는 젊은 여 교사가 아이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들어가자'며 학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 중증 장애 아동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놀면 안 돼.'

    같은 날 장영희 교수는 TV 쇼를 보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가 진행하는 토크쇼였는데 여기에 아동문학가 한 분이 출연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여자 아이가 이사를 왔는데 그 마을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탐이란 남자 아이가 있었다. 이사 온 여자 아이가 '엄마 저 아이는 왜 저래'라고 묻자, 그 엄마가 '너 저 아이와 놀아보렴, 네가 수학을 잘못하듯 저 아이도 못하는 것이 있어. 너와 똑같아.' 그 말에 여자 아이는 '같이 놀래'하며 서로 즐겁게 놀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영희 교수는 본인이 어려서 소아마비로 인해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살아오면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 '같이 놀래' 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키고 우리 교단은 4월 셋째 주일을 장애인 주일로 지키고 있다. 2009년 4월 11일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 차별금지법에는 '차별을 받았거나 접근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러한 행위들을 한 개인이나 기관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놀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데 교회는 사회법에 비추어서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공존의 방법을 찾고 있지 못하다.

    한국의 교회는 장애인들과 어울려 예배하는 것 이전에 장애인이 교회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필자는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주차장에서부터 온 교회 시설을 휠체어에 앉아 다녀보았다. 가장 불편한 곳이 강단이었다. 여기에는 휠체어가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회의 도움으로 강단을 낮추고 경사로 공사를 하여 지금은 휠체어가 편하게 오를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위해 장벽이 없이 만든 디자인을 '베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성별, 나이, 장애 및 질병 여부, 신체크기, 언어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의 장벽을 넘어 모든 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동체로 디자인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독일 뮌헨(Munchen)에서 시작된 '사회적 연결망(Ak Soziales Netz)'이란 뜻을 가진 단체가 조직되었다. 중증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예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조직이다. 예배가 시작되면 목회자가 설교를 할 때 그 옆에서는 연극을 한다. 또 다른 옆에서는 악기를 연주한다. 설교 내용은 연극으로 보여준다. 연주나 연극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한다. 봉사자들은 모두가 이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춘천동부교회의 장애인 주일 예배는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예배'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예배의 중심에 서서 예배하며, 그들을 우리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함께하는 예배'로 진행된다. 때로는 장애를 가진 목회자를 초빙해 설교를 진행하였다. 후속 프로그램으로 지역 내 장애인들의 필요를 조사하고 각 개인의 요구에 따른 맞춤식 디아코니아 활동을 연계하도록 해왔다.

    지난해에는 '홈에버그린'이란 장애인 공동체에 찾아가서 주일 오후 예배를 같이 드리고 함께 놀다가 오기도 하였다. 금년에는 청각장애인 교회를 방문하고자 하였는데 오히려 20여 명이 춘천동부교회에 와서 함께 예배드렸다. 예배 중 청각과 언어의 장애를 가진 복합장애인 성도가 기도를 맡았다. 기도는 수화로 했는데 이는 비장애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눈을 뜨고 기도하는 것과 아멘은 어떻게 수화로 하는 것인지 등을 성도들에게 미리 교육하였다.

    2014년 10월, 장애인 토요 돌봄 학교인 '실로암학교'가 시작되었다. 실로암학교는 중증 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1일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학교이다. 장애인 기관의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발생하는 휴무 공백을 교회에서 담당하여 섬기고 있다. 지역사회의 요청에 의해 태동되었다. 민관 협력은 매우 중요한 협력이 되어야 한다.

    필자의 교회는 당회가 회의도 중요하지만 '찾아가는 봉사 당회'를 진행하고 있다. 당회가 탁상공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교회와 사회의 실제적 필요를 찾아 섬기며, 이를 듣고, 고민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지역사회 섬김 사역을 진행한다. 지난 4월 둘째 주에는 당회원들이 장애를 갖고 있는 어르신과 청년 집을 방문하여 홈클리닝을 해주었다. 버려야 할 물건들은 가득하였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로 인해 바퀴발레가 나오고 곰팡이로 가득했던 집안 곳곳을 당회원들이 방문하여 깨끗이 정리하고 청소했다. 이렇게 함께 하고 같이 놀 때에 치유가 일어난다.

    '같이 놀래'라는 말은 장애를 가진 친구도 똑같은 인격을 가진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임을 인정해주는 말이다. 치유와 회복을 불러 일으키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이다. 우리 총회는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 라는 주제를 선포하였다. 치유의 사전적 의미는 병을 낫게 한다는 것이지만, 그 본질적 의미는 본 모습으로의 회귀, 또는 회복을 내포하고 있다. 육체적 치유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지만 사회적 치유는 우리의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수어를 익혀 서로 소통하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턱을 제거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장애인이 장애를 못 느끼게 할 수 있다. 바라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어노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공동체 안에 쌓아놓은 장벽과 왜곡된 생각들을 무너뜨림으로써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모든 이들이 함께 놀며, 같이 기뻐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