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운동마비와 감각마비, 호흡기 저하, 배변장애, 배뇨장애 등 여러 신체적 문제를 가지게 된다. 이중 배뇨장애는 신경인성 방광과 요로감염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척수장애인의 배뇨방법은 반사배뇨, 복압배뇨, 소변줄 유지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간헐적 청결 자가 도뇨가 합병증이 적고 사회활동이 용이해 가장 적합한 배뇨 방법이다. 하지만 카테터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미흡한 교육, 필수 검사인 요역동학 검사에 대한 불안 등으로 간헐적 청결 자가 도뇨를 하는 척수장애인은 50%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5일 개최한 '제2차 척수플러스 포럼'에서는 척수장애인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위해 자가 도뇨 급여 확대를 비롯한 자가 도뇨 이용 적응단계 의무화, 교육 수가 신설 등 제안이 쏟아졌다.
‘간헐적 청결 자가 도뇨’ 가장 적합한 배뇨 방법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이민용 교수는 “척수는 조금만 다쳐도 많은 증상을 야기한다. 운동마비와 감각마비는 물론 척수가 자율신경을 담당하고 있어 호흡기능저하, 기립성저혈압, 배변장애,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적으로 방광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세계 2차 대전 및 한국전쟁 척수손상 환자 추적 결과 신장 관련 합병증은 정체 사망률의 40%에 달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9년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척수장애인 합병증으로 신경인성 방광과 요로감염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경인성 방광 관리 목표는 방광과 콩판 손상 방지와 요로감염 및 요실금 방지로 방광의 압력과 용적을 적절히 관리하고 적절한 소변을 배출하는 것이 관리 방법이다. 방광의 압력과 용적의 관리는 의사에 의해 이뤄지지만 적절한 소변 배출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용 교수는 “척수장애인의 소변 배출 방법에는 반사배뇨와 복압배뇨가 있으나 이는 방광을 망가뜨릴 수 있는 배뇨방법이다. 또한 평소에 소변줄을 유지하는 유치 도뇨는 감염의 위험이 있다. 간헐적 청결 자가 도뇨가 합병증이 적고 사회활동이 용이하며 성생활이 가능해 가장 적합한 배뇨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요도에 상처가 덜 날 수 있는 친수성 카테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척수장애인이 하루 평균 5회 이상 카테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현행 자가 도뇨 요양급여는 하루 최대 6개로 제한돼 있으며 금액조차 9,000으로 2014년 제도 시행 이후 변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현재 유통되는 친수성 카테터 비용을 고려할 때 충분하지 않다. 그 이상 사용하려면 고무 카테터를 사용하거나 스스로 구매를 해야 하기에 부득이하게 품질이 좋지 않은 카테터를 쓰거나 재사용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자가 도뇨 카테터 수량 상한선을 제거하고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자가 도뇨 요양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병원에서의 자가 도뇨와 방광 관리에 대한 교육이 40% 가까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미흡한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 또한 입원환자의 경우 넬라톤 카테터만 시행이 가능하기에 입원환자 자가 도뇨 요양급여 실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가도뇨 이후 소변문제로 인한 제약이 사라져 사회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1987년 사고 이후 37년째 척수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은 자가 도뇨 이전과 이후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전했다.
이찬우 정책위원장은 “처음에는 ‘똥, 오줌도 못가린다’ 이런 말이 나오면 어쩔 줄도 모르고 실금 때문에 자존감도 매우 떨어졌다. 한때는 오줌싸개 소년 이런 동상조차 보기 싫었다”면서 “나는 변기에 앉아 배를 누르는 복압 배뇨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복압배뇨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장거리 여행에는 하루 전부터 물도 마시지 않고 해외에서는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먹고 마시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또 잔뇨가 생기면 여러 문제가 생기기에 잔뇨를 없애기 위해 쥐어짜듯 힘을 주니 치질도 생기고 혈압도 올라가고 너무 힘들어 자가 도뇨 이전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자가 도뇨 이후에는 어딜 가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할 수 있고 꼭 장애인 화장실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 너무 좋다. 일 때문에 해외에 갈 때마다 불안이 많았는데 그런 걱정이 완전히 없어졌다. 소변 문제가 사라지니 많은 제약이 사라져 사회활동의 반경과 깊이가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자가 도뇨 결심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많은 분들이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필수 교육임에도 요역동학 검사에 불안이 있었다. 장비가 불편하기도 했으며 의료진이 척수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고 교육환경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육 접근성 강화와 검사 접근성 강화, 제품 확대, 다른 소변 배출 방법에도 지원 확대, 주변 제품 개발 확대, 척수장애 유형 분리, 휴대용 방광측정기 보급 등 방안을 제안했다.
자가 도뇨 “꺼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오래 살아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비뇨의학과 한지연 교수는 “2021년 척수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움직임’ 다음으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배뇨장애였다. 또한 병원에 오는 가장 흔한 원인이 요로감염으로 신인경성 방광의 합병증 중 가장 빈도가 높았다. 요로감염이 생기면 중증도도 높아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말했듯 신인경성 방광의 합병증으로 가장 흔한 것은 요로감염이다. 가장 흔한 발열의 원인으로 간혈적 도뇨의 경우 70%, 유치 도뇨에서는 100발생한다. 또한 방광결석, 방광요관역류, 요도 협착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편하지 않은 검사라 많은 분들이 기피하지만 비디오 요역동학검사를 1년, 2년 주기로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고 할 것을 권고 드린다. 요도 방광 내시경은 육안으로 혈전뇨가 나온다거나 카테터가 잘 안 들어간다거나 문제가 있을 때 꼭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해외의 경우 10일 정도 자가 도뇨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응 단계의 기간을 거치고 이후 자가 도뇨 교육을 실시하며 퇴원 후에도 추적 검사를 진행한다. 많은 분들이 배뇨장애로 자가 도뇨를 해야 한다고 하면 큰 충격을 받고 걱정을 한다. 해외처럼 병원에서 적응 단계를 하도록 하는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라며 “자가 도뇨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오래 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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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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