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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중증장애인 사회통합 일환 '통합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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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성민복지관
    댓글 0건 조회 2,821회 작성일 21-06-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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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중증장애인 사회통합 일환 '통합기업'

    장애인권리협약 ‘근로·고용’ 일반논평 초안 논의 시청 소회-⑤

    중증장애인은 권리 주체, ‘합리적 조정’권리란 인식 등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6-11 16:30:47
    일반논평 초안 논의 시 Geneva UN 회의장과 수화통역사 모습. ⓒUNWebtv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일반논평 초안 논의 시 Geneva UN 회의장과 수화통역사 모습. ⓒUNWebtv 캡처
    우리나라의 중증장애인은 ‘근로 능력’ 부족과 장애를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받아 최저임금보다 훨씬 밑도는 월급을 받는다. 법적으로 근로자 지위가 아니며, 훈련생 신분으로 비장애인과는 분리된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경쟁 노동시장(Open Labor Market)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노동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도 권리의 주체이며, 비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노동권 역시 있다. 이들도 경쟁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싶다면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한다.

    올해 3월, 일반논평 초안 논의를 시청하다 중증장애인이 경쟁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사례를 알게 되었다, 독일의 통합기업(Inclusive Enterprise)인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 기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 기업에 대해 궁금한 건 통합기업 연방연합(Federal Association of Inclusive Enterprise(영), Bundesarbeitsgemeinschaft InklusionsFirmen(독))의 클라우디아 루스티게 CEO에게 문의했다. (조금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일반논평 초안 논의에서 독일 통합기업에 대해 발표하는 통합기업 연합의 클라우디아 루스티게(Claudia Rustige) CEO모습. ⓒUNWebtv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일반논평 초안 논의에서 독일 통합기업에 대해 발표하는 통합기업 연합의 클라우디아 루스티게(Claudia Rustige) CEO모습. ⓒUNWebtv 캡처
    독일의 통합기업은 2001년 이래로, 독일 사회법전에 법적인 기반을 두고 있다, 직업적 통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 현실적 노동조건 상에 있는 경쟁 노동시장에서 재활‧고용기회를 제공하자는 목표로 ‘자조회사(Self-Company)’라는 이름으로 1980년대에 설립되었다. 원래는 정신장애인 탈원화 조치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모든 장애 유형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특히 경쟁 고용시장에 고용기회가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이 30% 이상 고용되고 있으며, 직원의 30~80%는 장애인, 나머지는 비장애인이다. 장애인 비중이 상당히 높기는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어울려 일하는 기업인 것이다. 참고로 2019년 통합기업에 고용된 사람은 29,866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은 13,550명이다.

    통합기업에 있는 중증장애인은 일하려는 동기가 높다. 처음에는 중증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한 자기옹호 체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했는데 CEO로부터의 대답은 이렇다. 오랫동안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직원으로 일할 기회가 생기니 그렇다는 거다. 경쟁 노동시장에서 처음 일한다니 중증장애인에게는 일할 내적 동기가 생기는 것이며 이 자체야말로 자기옹호이지 않겠는가?

    이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중증장애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일반 노동계약을 맺으며 퇴직 시 실업연금, 노령연금, 사회수당 등을 받는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과 고용주 단체와의 협상으로 정해지는데, 중증장애인을 대표하는 노동조합도 있다. 이는 독일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호하려는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통합기업에서 중증장애인은 오랜 기간 계약을 맺는다, 어떤 경우엔 2년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 2년을 지나면, 중증장애인들 대부분은 계약이 장기간으로 된다. 장기간 일자리라는 것이다. 이 일자리는 경쟁 노동시장의 경제 수요를 고려하며, 시장성을 지향하는 일자리기도 하다.

    단체협상에서 나온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기에, 중증장애인은 적어도 최저임금(현재는 시간당 9.6유로, 12,972.61원) 이상의 돈을 받는다. 사회적이기도 하지만 시장성을 지향하는 기업인 관계로 임금은 오로지 상품과 서비스로부터의 매출에서 나온다.

    Inclusive Enterprise 소개 동영상. ⓒ’Federal Association of Inclusive Enterprises’ Youtube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Inclusive Enterprise 소개 동영상. ⓒ’Federal Association of Inclusive Enterprises’ Youtube 캡처
    만약 중증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업무성과가 낮아지게 되면 단체협상에서 정해진 임금의 30%를 정부는 고용주에게 주며, 고용주는 이를 비장애 직원의 추가적 고용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30%를 뺀 나머지 금액은 중증장애인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생계에 지장을 줄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 이와 같은 임금을 통해 중증장애인은 사회수당에 독립적으로 되어 자기결정권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통합기업의 중증장애인은 특수지원서비스(Special Support Service)라는 것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고용주에게 달마다 일시불 형태로 특수지원서비스 금액을 지원한다. 독일 중증장애인법에 특수지원서비스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근로 관련 지원을 한다는 근거는 나와 있다.

    고용주는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을 이용해 장애인의 욕구에 따라 특수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사회 교육적 지원 형태거나, 직무구조를 장애인에 맞게 변경하는 식이다. 이는 중증장애인에겐 근로‧고용에 있어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의 일환으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해줌은 물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함께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통합기업에서 만든 제품, 서비스에는 부가세가 7% 붙는다. 원래 독일의 부가가치세가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19%인 것을 고려한다면, 국가, 공공기관 등의 고객들은 통합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구매할 욕구가 생기게 되고, 이는 매출로 이어지게 된다. 부가가치세를 낮게 매기는 것은 독일 내의 높은 중증장애인 실업률에 대한 조치이기도 하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민간이나 기업으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취득하는 공공조달계약에 있어서도 다른 기업보다도 통합기업에 우선권이 가게 된다. 공공조달계약, 세금감면, 단체협상을 통한 임금, 특수지원서비스 등의 조치를 통해 국가는 사회수당 지출이 적어지고, 중증장애인으로부터 세금과 사회보장수입을 얻는다.

    한편, 통합기업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이 경쟁 노동시장으로 전이하는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런 사례가 있긴 하지만, 통합기업 자체가 경쟁 노동시장 내에 있기에, 전이하는 사례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하고 있는 독일 통합기업의 장애인들 모습. ⓒ’Federal Association of Inclusive Enterprises’ Homepage 에이블포토로 보기 일하고 있는 독일 통합기업의 장애인들 모습. ⓒ’Federal Association of Inclusive Enterprises’ Homepage
    통합기업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은 경쟁 노동시장에서 일하게 되니, 사회에 드러나게 되고, 장애인의 능력, 자원은 인정받으며, 편견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장애인은 사회의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 결국 통합기업은 지역사회 통합으로 가는 일환이 되는 것이다.

    독일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다. 보호작업장이 사회 통합적이지 않고, 그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법적 직원 신분이 아닌 등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 현재 독일에는 800여 개 이상의 보호작업장이 있다.

    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상치하는 것이기에 독일 정부에서는 장애인이 보호작업장으로 가는 걸 줄이고, 경쟁 노동시장에 있는 통합기업 등에 중증장애인을 일하게 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디아 루스티게 CEO는 통합기업이 독일 중증장애인에게는 보호작업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이 기업을 소개했다.

    물론 보호작업장이 있고,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하려 노력하는 독일 정부의 모습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고용된 중증장애인이 소수더라도, 경쟁 노동시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지원서비스를 정부에서 실제 예산으로 지원한다니 합리적 조정을 장애인 권리로 보는 독일 정부의 인식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독일에서 중증장애인을 권리 주체로 인식했고 최근 사회통합을 국가정책으로 주류화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니, 통합기업에서의 노동을 통한 중증장애인 사회통합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독일은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를 중시하면서, 장애인권리협약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준수하려 노력하며, 중증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중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 ⓒWikimedia Commons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속가능발전목표. ⓒWikimedia Commons
    독일 측에서 통합기업을 발표한 이후 1시간 정도 지나, 대한민국의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도 중증장애인 고용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주로 권리 중심 일자리를 발표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중증장애인을 ‘일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이들에 관한 정책을 권리가 아닌 시혜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이로 인해 민간 부문에서 거의 고용되지 않기에 중증장애인의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고, 공공일자리가 중증장애인에게 맞아야 한다는 점을 한국장애포럼 측에서는 역설했다.

    일단 공공부문에서 중증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이들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이런 일자리를 통해 중증장애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일자리는 서울시에서 작년 7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제공한 공공일자리란 아무도 하지 않으면서, 장애인이 하기 쉬운 것으로 만든 일자리 성격이 짙고, 예술직업, 동료옹호 강사 등의 일이다. 대개 저임금 일자리이며, 작년 일하는 기간이 3개월에서 올해 6개월로 늘어났지만, 단기 일자리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의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려는 성격이 너무 짙은 나머지, 시장성이 높지 않다. 경쟁 노동시장의 경제적 수요를 배제한 일자리이기에, 민간 일자리로의 전이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민간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전이나 연계 관련 계획이 없을 수밖에. 심지어 이 일자리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 조정이 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합리적 조정을 장애인의 권리로 인식하지 않는 실정이니 중증장애인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에서 공공일자리에 합리적 조정을 제공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기준 공공일자리 보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님! 꼭 만나고 싶습니다’ 현수막을 들고 있는 활동가들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기준 공공일자리 보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님! 꼭 만나고 싶습니다’ 현수막을 들고 있는 활동가들 모습. ⓒ에이블뉴스DB
    권리기반 공공일자리가 정말 양질의 일자리로 가려면 중증장애인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고, 임금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자리도 중증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경쟁 노동시장에서의 경제적 수요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다. 중증장애인과의 일자리 계약도 장기간이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증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국가‧지자체의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권리기반 공공일자리는 시행하되 어느 정도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미만의 금액을 받는 보호작업장의 경우는 더더군다나 합리적 조정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건 자명하다. 그 금액으로 중증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애시당초 꿈을 꿀 수 없으리라.

    보호작업장을 폐쇄하고 경쟁 노동시장으로 전이하는 효과적 계획을 세우라고 권고를 내렸음에도 아직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중증장애인을 일 잘하도록 지원하는 합리적 조정이 없으니 전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을 수밖에.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결국, 중증장애인이 노동을 통해 사회수당에 덜 의존적이 되고,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면 일 잘하도록 도움을 주는 합리적 조정을 우리 사회에서 권리로 인식하고, 중증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며 장애인권리협약을 준수하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함을 독일 통합기업을 통해 보게 된다.

    합리적 조정은 권리라는 공감대, 중증장애인은 노동권의 주체란 인식,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려는 국가와 지자체 의지와 노력 없이는 중증장애인이 근로·고용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꿈꾸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중증장애인의 근로‧고용을 통한 사회통합에 필요한 것이란 게 필자가 독일 통합기업을 알게 되고 관계자에게 문의하면서 얻게 된 결론이다!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 발표 모습. ⓒUNWebtv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 발표 모습. ⓒUNWebtv 캡처
    올해 3월 22일, 24일 두 번에 걸친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 ‘근로와 고용’ 일반논평 초안 논의에서 장애인 근로·고용은 젠더, 성 소수자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여러 의견을 들으며, 장애인 근로·고용이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선 제8조 인식제고, 제9조 접근성, 제12조 법 앞의 평등, 제19조 지역사회 통합, 제24조 교육, 제25조 건강, 제28조 적절한 생활수준과 사회적 보호 등 어느 조항 하나 허투루 지나칠 게 없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필자 개인적으로 꼽는다면 지속 가능한 고용이 되기 위해선 제8조와 제9조, 제24조를 뽑겠다. 장애 인식이 좋고, 일을 잘하도록 물리적 환경은 물론 정보 접근성까지 좋고, 통합교육일 때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감 있는 직장생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 일반논평 초안 논의 시간을 통해 필자는 많은 걸 배우게 되었다.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근로·고용이 가능해진다는 새삼스러우면서도 중요한 걸 가슴에 심으며, 5번에 걸쳐서 나눈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 일반논평 초안 논의 관련 이야기를 모두 마치겠다.

    이런 시간이 아마도 추억으로 남겠지? 앞으로 이런 시간이 다시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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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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