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시외버스와 사회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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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시외버스와 사회의 품격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1-16 14:02:04
“이제 나도 버스타고 여행갑니다.”
“내년에는 고속버스타고 휴게소 호두과자 먹을 수 있어요.”
지난 9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이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공동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개발 차량에 대한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휠체어 사용자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성과 평가그룹은 시승 행사에 참여하여 휠체어 리프트 작동 상황 및 차량 내 휠체어의 고정장치 사용방식 등을 체험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장애인은 “우리도 시외·고속버스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이번 추석부터 이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정비가 덜 됐다"며 "내년 추석부터 바로 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개발 차량은 시승행사에서 나타난 개선사항 등을 보완하여 2019년에 시범운행 될 것으로 보인다.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뜻 깊다.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단체가 수년간 투쟁을 전개해온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휠체어 사용자의 이동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정부에서는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차량을 개발하고 시범사업 추진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올 초 국회에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이하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저상버스 뿐만 아니라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서도 도입비용 지원이 가능해 진다.
시외·고속버스 도입비용에 대한 재정지원이 가능해지고 시범사업이 전망되면서 휠체어 사용자들은 앞으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시외·고속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여행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들의 염원이 달성되리라 선뜻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버스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운영비용 발생 문제이다. 휠체어 탑승설비 장착 버스는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경우 일반좌석을 접어 이용할 수 있다. 일반좌석은 휠체어의 회전 공간 확보를 위해 휠체어 1대 승차 시 3석, 2대 승차 시 9석(우등버스 기준)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탑승률이 높은 시간대와 노선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승차할 경우 사업자는 일반좌석 감소로 인해 좌석 판매 수입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휠체어 사용 승객이 올 경우 여객자동차터미널 및 휴게소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작동시키고 안전장치를 고정시키는데 운전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지방지역의 경우 운전기사 인력난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운전기사의 추가 근로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사들은 휠체어 이용객이 탑승한 차량의 운행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교통약자법 개정안에는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차량의 ‘도입비용’에 대해서만 근거를 마련하였을 뿐 ‘좌석에 대한 영업 손실’이나 ‘사업자의 추가적인 운영비용’을 지원할 근거를 만들지 않았다. 버스운송사업자들도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버스의 도입 취지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운영비용 보조 없이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자율적 도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저상버스 보급 사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위해 2004년부터 차량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22%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에서 세우고 있는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계획 상의 저상버스 목표율은 2012년 이후 매년 4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바람과 달리 보급률이 목표율의 절반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운수업체 관계자들은 저상버스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운영비용’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상버스의 항목별 운송원가는 일반버스에 비해 연료비 20%, 정비비는 3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상버스는 차량 상부에 CNG 연료탱크를 지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차체가 무거우며, 자동변속기가 설치되어 수동변속기로 운영되는 일반버스에 비해 연료비가 높다. 또한 저상버스는 차체가 낮아 과속방지턱 등 도로사정에 따라 파손되는 일이 잦아 정비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 운송업자가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게 되어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상버스 보급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단순히 차량 도입비만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아니라 운영비 절감 등 운송업체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시외·고속버스 또한 도입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차량 도입비용’ 지원과 함께 ‘운영비용’에 대해서도 지원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버스 운송사업자에게 공공서비스 제공자로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시외·고속버스 도입에 대한 사회적 책무만을 강조할 경우 이는 보여주기 식의 시범사업에 그친 채 더 이상 보급이 활성화 되지 않을 수 있다.
시장경제 하에서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단순히 ‘사회적 책무’만을 부담시킨다고 이 사회가 나아지지 않는다.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의 노력과 그 서비스로 인해 발생된 손실을 정당히 보상해 줄 때, 도덕적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성된다. 그것이 ‘사회의 품격’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동권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필요한 재정지원 등 버스 운영을 위한 기본적 여건 조성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한국교통연구원 김용미 연구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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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고속버스타고 휴게소 호두과자 먹을 수 있어요.”
지난 9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이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공동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개발 차량에 대한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휠체어 사용자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성과 평가그룹은 시승 행사에 참여하여 휠체어 리프트 작동 상황 및 차량 내 휠체어의 고정장치 사용방식 등을 체험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장애인은 “우리도 시외·고속버스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이번 추석부터 이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정비가 덜 됐다"며 "내년 추석부터 바로 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개발 차량은 시승행사에서 나타난 개선사항 등을 보완하여 2019년에 시범운행 될 것으로 보인다.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뜻 깊다.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단체가 수년간 투쟁을 전개해온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휠체어 사용자의 이동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정부에서는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차량을 개발하고 시범사업 추진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올 초 국회에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이하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저상버스 뿐만 아니라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서도 도입비용 지원이 가능해 진다.
시외·고속버스 도입비용에 대한 재정지원이 가능해지고 시범사업이 전망되면서 휠체어 사용자들은 앞으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시외·고속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여행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들의 염원이 달성되리라 선뜻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버스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운영비용 발생 문제이다. 휠체어 탑승설비 장착 버스는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경우 일반좌석을 접어 이용할 수 있다. 일반좌석은 휠체어의 회전 공간 확보를 위해 휠체어 1대 승차 시 3석, 2대 승차 시 9석(우등버스 기준)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탑승률이 높은 시간대와 노선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승차할 경우 사업자는 일반좌석 감소로 인해 좌석 판매 수입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휠체어 사용 승객이 올 경우 여객자동차터미널 및 휴게소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작동시키고 안전장치를 고정시키는데 운전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지방지역의 경우 운전기사 인력난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운전기사의 추가 근로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사들은 휠체어 이용객이 탑승한 차량의 운행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교통약자법 개정안에는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차량의 ‘도입비용’에 대해서만 근거를 마련하였을 뿐 ‘좌석에 대한 영업 손실’이나 ‘사업자의 추가적인 운영비용’을 지원할 근거를 만들지 않았다. 버스운송사업자들도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버스의 도입 취지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운영비용 보조 없이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자율적 도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저상버스 보급 사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위해 2004년부터 차량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22%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에서 세우고 있는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계획 상의 저상버스 목표율은 2012년 이후 매년 4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바람과 달리 보급률이 목표율의 절반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운수업체 관계자들은 저상버스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운영비용’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상버스의 항목별 운송원가는 일반버스에 비해 연료비 20%, 정비비는 3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상버스는 차량 상부에 CNG 연료탱크를 지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차체가 무거우며, 자동변속기가 설치되어 수동변속기로 운영되는 일반버스에 비해 연료비가 높다. 또한 저상버스는 차체가 낮아 과속방지턱 등 도로사정에 따라 파손되는 일이 잦아 정비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 운송업자가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게 되어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상버스 보급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단순히 차량 도입비만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아니라 운영비 절감 등 운송업체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시외·고속버스 또한 도입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차량 도입비용’ 지원과 함께 ‘운영비용’에 대해서도 지원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버스 운송사업자에게 공공서비스 제공자로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시외·고속버스 도입에 대한 사회적 책무만을 강조할 경우 이는 보여주기 식의 시범사업에 그친 채 더 이상 보급이 활성화 되지 않을 수 있다.
시장경제 하에서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단순히 ‘사회적 책무’만을 부담시킨다고 이 사회가 나아지지 않는다.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의 노력과 그 서비스로 인해 발생된 손실을 정당히 보상해 줄 때, 도덕적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성된다. 그것이 ‘사회의 품격’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동권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필요한 재정지원 등 버스 운영을 위한 기본적 여건 조성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한국교통연구원 김용미 연구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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