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저상버스 도입, 다양한 이들의 입장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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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 도입, 다양한 이들의 입장 고려해야
조도, 내장재 배색, 교통카드 단말기 위치 등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28 18:33:20
지친 하루를 마무리 하는 퇴근 시간에는 집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 잡힐지 모르는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차량을 느긋하게 기다리곤 한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차량이 연결되지 않거나 고단해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때엔 바우처 택시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반드시 도착해야만 하는 출근시간에는 대중교통인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집 근처 정류소에는 지선버스와 마을버스가 모두 정차한다. 하지만 나는 늘 마을버스만 이용한다. 지선버스보다 마을버스가 더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하는 이도 있겠지만 1분이 아쉬울 만큼 바쁜 아침에 시간을 포기해 가며 아낄 만큼의 금액차이는 아니다.
자세히 살펴본 이들은 알겠지만 서울 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는 크게 두 종류 정도가 있다. 버스를 많이 타 보지 않아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는 지선버스와 마을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
마을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들은 중앙의 로고 부분에 하얗게 불이 들어와 흑백 대비가 명확하다. 반면 지선버스들은 그렇지 않다. 버스 내부가 대비가 확실히 되는 배색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매우 밝은 것도 아닌지라 나처럼 잔존시력이 조금만 남아 있는 시각장애인에게는 버스카드 단말기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중앙 로고에 하얗게 불이 들어오는 단말기는 그래도 단말기 위치를 인식 할 수 있어 그 단말기가 설치된 마을버스만 이용한다. 게다가 지선버스는 몇 개 노선이 정차하고 마을버스는 단 한 개 노선만이 정차해 버스번호 식별이 어려워도 다른 노선의 버스를 탈 우려가 없어 출근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지선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다. 통계치에 불과한 것일 수 있지만 서울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44% 정도라고 한다. 2~3대에 한 대 정도는 저상버스란 이야기가 된다.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은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저상버스이지만 유독 바쁜 출근 시간에 내가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는 꼭 한 두 대씩은 저상버스가 지나간다.
아직 마을버스에 저상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기에 내가 사는 지역은 지선버스노선에만 저상버스가 운행된다. 지선버스를 타려하다간 자칫 저상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저상버스는 내겐 불편함 그 자체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상 버스 내부는 유난히 구조물간의 대비가 잘 되어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또, 의자도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고 중간 중간 바도 설치되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더듬더듬 이동하다간 부딪히기 일쑤다. 그야말로 무언가 공장 같은 곳에 들어온 느낌을 받곤 한다.
시각에 제약이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일상생활을 잘 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곤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공간과 구조에 대해 일정 부분 암기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상버스는 익숙하지 않아 이 공간에 대한 암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잔존시력 활용도 어렵고 공간에 대한 암기도 안 되어 있는 낯설기만한 구조물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게다가 2020년부터는 마을버스도 저상버스 도입을 본격화 한다고 한다. 물론 휠체어 이용자들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적응이 되지 않는 저상버스에도 어떻게든 적응을 해야만 하는데 적지 않은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내가 불편하니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상버스 도입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마저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다. 이왕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더 많은 이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좀 더 다양한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상버스 도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휠체어 이용자의 입장이겠지만 다른 이들의 입장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왕에 도입하는 버스라면 내부의 조도와 구조물들 간의 색상 대비, 그리고 내장재의 재질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미 44%가 도입된 상황인지라 2025년이 되어도 결국 44%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새롭게 면밀한 검토와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큰 노력이나 비용발생 없이도 이동에 제약을 받는 이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지원할 수 있는 것들 먼저 하나하나 고쳐 갔으면 좋겠다. 우선 교통카드 단말기 위치부터 통일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두 대비가 잘 되는 단말기로 교체하는 것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니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버스 회사마다 천차만별인 단말기 설치 위치를 통일해 주는 것만으로도 시각에 제약을 받는 이들이 버스 이용에서 겪는 불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들부터 먼저 실천하는 가운데 저상버스 도입과 같은 정책들을 시행해 갈 때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고려한 이동권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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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기다려도 차량이 연결되지 않거나 고단해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때엔 바우처 택시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반드시 도착해야만 하는 출근시간에는 대중교통인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집 근처 정류소에는 지선버스와 마을버스가 모두 정차한다. 하지만 나는 늘 마을버스만 이용한다. 지선버스보다 마을버스가 더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하는 이도 있겠지만 1분이 아쉬울 만큼 바쁜 아침에 시간을 포기해 가며 아낄 만큼의 금액차이는 아니다.
자세히 살펴본 이들은 알겠지만 서울 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는 크게 두 종류 정도가 있다. 버스를 많이 타 보지 않아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는 지선버스와 마을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
마을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들은 중앙의 로고 부분에 하얗게 불이 들어와 흑백 대비가 명확하다. 반면 지선버스들은 그렇지 않다. 버스 내부가 대비가 확실히 되는 배색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매우 밝은 것도 아닌지라 나처럼 잔존시력이 조금만 남아 있는 시각장애인에게는 버스카드 단말기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중앙 로고에 하얗게 불이 들어오는 단말기는 그래도 단말기 위치를 인식 할 수 있어 그 단말기가 설치된 마을버스만 이용한다. 게다가 지선버스는 몇 개 노선이 정차하고 마을버스는 단 한 개 노선만이 정차해 버스번호 식별이 어려워도 다른 노선의 버스를 탈 우려가 없어 출근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지선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다. 통계치에 불과한 것일 수 있지만 서울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44% 정도라고 한다. 2~3대에 한 대 정도는 저상버스란 이야기가 된다.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은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저상버스이지만 유독 바쁜 출근 시간에 내가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는 꼭 한 두 대씩은 저상버스가 지나간다.
아직 마을버스에 저상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기에 내가 사는 지역은 지선버스노선에만 저상버스가 운행된다. 지선버스를 타려하다간 자칫 저상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저상버스는 내겐 불편함 그 자체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상 버스 내부는 유난히 구조물간의 대비가 잘 되어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또, 의자도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고 중간 중간 바도 설치되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더듬더듬 이동하다간 부딪히기 일쑤다. 그야말로 무언가 공장 같은 곳에 들어온 느낌을 받곤 한다.
시각에 제약이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일상생활을 잘 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곤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공간과 구조에 대해 일정 부분 암기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상버스는 익숙하지 않아 이 공간에 대한 암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잔존시력 활용도 어렵고 공간에 대한 암기도 안 되어 있는 낯설기만한 구조물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게다가 2020년부터는 마을버스도 저상버스 도입을 본격화 한다고 한다. 물론 휠체어 이용자들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적응이 되지 않는 저상버스에도 어떻게든 적응을 해야만 하는데 적지 않은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내가 불편하니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상버스 도입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마저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다. 이왕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더 많은 이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좀 더 다양한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상버스 도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휠체어 이용자의 입장이겠지만 다른 이들의 입장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왕에 도입하는 버스라면 내부의 조도와 구조물들 간의 색상 대비, 그리고 내장재의 재질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미 44%가 도입된 상황인지라 2025년이 되어도 결국 44%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새롭게 면밀한 검토와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큰 노력이나 비용발생 없이도 이동에 제약을 받는 이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지원할 수 있는 것들 먼저 하나하나 고쳐 갔으면 좋겠다. 우선 교통카드 단말기 위치부터 통일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두 대비가 잘 되는 단말기로 교체하는 것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니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버스 회사마다 천차만별인 단말기 설치 위치를 통일해 주는 것만으로도 시각에 제약을 받는 이들이 버스 이용에서 겪는 불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들부터 먼저 실천하는 가운데 저상버스 도입과 같은 정책들을 시행해 갈 때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고려한 이동권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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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봉래 (jhob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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