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폐증 인식 증진 위한 걷기 대회에 다녀와서 > 복지정보 | 성민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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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자폐증 인식 증진 위한 걷기 대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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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성민복지관
    댓글 0건 조회 4,426회 작성일 18-11-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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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어떤 질병이나 장애 등 인식 증진이 필요한 주제를 옹호하고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벤트가 아마 걷기 혹은 달리기 날일 것이다.

    자폐증 인식 증진의 날과 더불어 몇 년 전부터 미국 자폐증 기관 중에서 가장 큰 곳인 오티즘 스픽(Autism Speaks)이란 곳에서 각 도시마다 기금 조성을 위한 걷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5km를 아이와 함께 걸어보자 결심하고 신청을 하였다. 드디어 지난 주말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가운데도 샌안토니오 자폐증 인식 증진을 위한 걷기 대회가 열렸다.

    자폐증 인식의 색으로 지정된 색은 파란색, 시간에 맞춰 도착하였는데 주차장엔 이미 차가 가득하다.

    파란 옷을 입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아이의 손을 잡고 집합 장소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등록을 마치고 남편과 아이와 걷기 코스에 들어섰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대부분이어서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목마에 태우고 걷는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길다면 긴 5km를 무사히 걷고 나니 마치 내가 이 세상에 큰 공이라도 세운 듯한 뿌듯함이 들었다.

    왜 미국은 이렇게 인식 증진 운동을 위한 크고 작은 캠페인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사람들은 열성을 다해 참가하고 하는 것일까?

    언제부턴가 미국에서는 자폐증이 고쳐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 더불아 살아야 하는 일종의 컨디션으로 인식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자폐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보이기 시작한 아이를 테라피에 데려갔던 날이 떠올랐다.

    누가 봐도 자폐 아이와 같아 보이는 여러 가지 버릇들을 없애고 싶다고 하는 필자의 바람과 달리 테라피스트는 그런 특징은 우리가 불안할 때 다리를 떨고 연필을 돌리고 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을 하였다.

    아이의 신경계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독특함을 필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오히려 조언을 해주었다.

    사회성을 기르고 비언어로 표현되는 면들을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만 손가락을 눈앞에서 움직이고 날갯짓을 하듯이 손을 펄럭이거나 눈 맞추기를 어려워하고 강한 자극과 접촉을 싫어하는 등의 자폐증 특유의 감각의 예민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필자, 더 나아가 이 사회의 몫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읽은 많은 자폐증 관련 기사들이 자폐증 아이들의 예민한 감각 반응을 어떻게 주변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있다는 생각이 났다.

    미국의 많은 공공기관이나 놀이동산 등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곳에서는 이제 아예 자폐증 아이들을 위한 조용하고 덜 자극적인 휴식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예전에 읽었던 동화 마녀 위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집에 사는 마녀 위니에게는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모든 곳이 검다 보니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자꾸 고양이에게 치여서 넘어지던 위니는 고양이를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 고양이의 털을 다양한 색으로 바꾸어 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매번 실패로 끝났다. 왜냐면 고양이의 색이 바뀔 때마다 다른 불편함들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녀 위니가 마지막으로 찾은 해결책은 고양이를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리고 대신 위니가 사는 집에 색깔을 입히는 것이었다.

    다양한 색을 입힌 집안에서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간 고양이는 이제 어디서든 눈에 잘 보였고 마녀 위니와 고양이는 평화를 찾는다. 고양이를 바꾸는 대신 환경을 바꾼 위니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장애를 가진 사회 구성원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마녀 위니와 같은 시점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일이란 것을 여러 약자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시행착오를 많이 거쳐 본 미국은 이제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자폐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긴 전형적인 행동들을 고친다는 명목하에 아이를 바꾸려고만 하면 그 와중에 아이에게는 다른 문제 행동이 발생하곤 한다.

    결국 아이의 장애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장애를 가진 사회의 구성원이 살아갈 수 있게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자폐증 단체들이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요구하고 투쟁하는 부분이다.

    톰 크루즈와 그의 자폐증 형제 역할로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했던 레인맨이라는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29년째이다. 영화 레인맨이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자폐증이라는 정신의 장애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도 생소한 장애였다고 한다.

    모두에게 생소했던 이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정신 질병으로 보았던 시절에서 이들을 위해 사회의 환경과 인식을 바꾸자는 인식의 변화에 오기까지 꼬박 30년이 걸린 셈이다.

    다 함께 반나절 걷는 다고 이 더딘 세상이 뭐가 바뀌겠냐고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야만 30년 후의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모습으로 성인이 되었을 우리 아이를 맞이하고 있을 것 임을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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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이유니 (naluit8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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