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에 복지담당하시는 분조차도 ‘장루가 뭐예요? 사진 찍어 오세요. 지금 그거 사진 찍을 수 있어요’ 이러면 완전히 배 까고 보여줘야 알 정도로.”

전체 장애인의 0.57%인 소수장애인인 장루·요루장애인들이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인들의 장애 이해가 없다보니 수치심과 냄새 때문에 자살시도, 대부분 경증장애로 일부 감면 혜택 외 제도 밖 사각지대를 겪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루‧요루 장애인의 복지욕구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부분 경증‧고령장애, 주머니‧피부보호제 필수

장루‧요루 장애등급은 2~5급으로 나뉘며, 2016년 기준 1만4404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약 0.57% 수준이다. 특히 4~5급의 경증장애가 주로 많고, 70대 인구가 33.2%로 가장 많은 등 고령장애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장루’는 소장 또는 대장 혹은 그 외의 질병으로 인해 대변의 배설이 어려울 때, 복벽을 통해 체외로 배변을 배설시키기 위해 만든 구멍을 의미한다. 외과 영역에서 장루의 원인은 대부분 악성 종양과 관련된 수술로, 가장 대표적인 악성질환은 직장암이다. 

장루의 종류는 장루 조성술 시 조성 위치에 따라 소장의 말단 부분인 ‘회장루’와 대장 일부를 이용한 ‘결장루’로 나뉘며, 위치에 따라 우하복부, 좌하복부, 좌상복부, 우상복부 등에 선정될 수 있다.

요루는 방광암 등의 질병으로 소변 배출이 어려운 경우 장을 이용해 요관과 복벽을 연결해 소변이 배출되도록 만든 것으로, 방광암으로 근치방광 절제술 후 가장 많이 시행한다. 

장루‧요루 관리를 위해서는 피부보호제와 배설물을 수집해 보유하는 주머니가 필요하며, 주머니는 가스, 변, 소변으로 반 정도 채워지면 비워주는 것이 좋다. 

■90%가 스스로 장루‧요루 관리, 주변 의료기관 없어

총 231명의 장루‧요루장애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장루·요루 관리 주체는 본인인 경우가 약 90%에 해당되며, 대체적으로 적정 수준에서 관리를 실시하고 있었다.

특히 장루·요루 주위 피부 관리와 장루·요루 주머니 부착에 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장루·요루 관리 시 느끼는 어려움에 있어서는 집 근처에 장루·요루 관리가 가능한 의료기관이나 의료시설이 없어서 힘들다는 응답이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관리 교육에 있어서 수술 직후 관리 교육을 받은 대상자가 전체의 약 80%였고, 주요 교육주체는 병원간호사(52.6%)였으며, 입원기간 동안 교육 빈도는 2-3회인 경우(43.5%)가 가장 많았다.

■대‧소변 조절, 가스‧냄새 어려움, 5.2%가 ‘자살시도’

특히 장루‧요루 장애인들은 대변/소변 조절 문제와 가스/냄새 조절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신체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심리적으로는 본인의 장애가 외부로 알려질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내가 변과 관련된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충격과 수치심이 심각했다. 

‘장루‧요루가 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36.4%에 달했다. 이 가운데 5.2%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 이는 전체 국민 평균의 65배로 우울감이 극도로 높았다.

상의 위로 장루 부위가 드러나는 경우, 낯선 사람들의 기습(?) 공격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컸다.

“아 진짜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요. 여름에 얇은 옷 입으면 이게 나타나나봐. 배가 왜 이래요? 왜 이렇게 나왔어? 순간적으로 손을 넣어서 이렇게 만져보는 사람도 있어.” 

이로 인해 전체 사회활동 참여 비율은 80%로 높지만 ‘장루·요루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서’, ‘냄새가 날까봐 신경이 쓰여서’ 등의 이유로 아예 1개월간 외출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목욕탕, 수영장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장루·요루로 인해 이용에 제한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4.4%로 높았다.

■제도 사각지대, “냄새제거제 보험 적용 필요해”

복지서비스 혜택은 만족할까? 장루‧요루 장애는 2~6급으로 구분돼 있지만 대부분 4급에 해당돼 복지 혜택이 부족하다. 3급까지인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이 없을뿐더러, 일부 감면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조금이라도 발생했을 때는 내가 이거를 할 수 없을 때 지금 병원에서 가정방문도 방문간호가 있잖아요. 그런 서비스 제도가 저희 장루 환자들한테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간호방문제도가 있었으면 싶어요.”

또한 장루‧요루장애인들의 특화된 정책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따른 치료재료 구입 시 대상별 세부기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경감해주는 것이 유일하다. 이들은 ‘냄새 제거제’의 보험 적용을 가장 필요로 했다.

보고서는 “장루장애의 경우 아무리 청결하게 관리해도 남아있는 냄새로 인해 가족들이 무심코 하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이들은 노후 대책의 어려움을 꼽았는데, 33.9%가 노후에 스스로 장루·요루를 관리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장루·요루 전담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일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장루·요루 장애인의 입원이나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해당 기관에 장루·요루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는 실정이 반영된 욕구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양원내 장루‧요루장애인 입소 지원, 장세척 편의시설도

이에 보고서는 중장기 정책방향으로 장루‧요루장애인들의 가장 큰 복지욕구인 ‘노후의 자가 관리’ 지원을 꼽았다. 

현재 이들의 평균 연령은 67.8세로, 요양원 내 전문 인력의 장루·요루 장애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요양원 내 장루·요루 장애인 입소 지원 등을 제언했다. 

또한 심리적 문제로 자살시도가 높은 장애인만큼 단계별로 구분해 수술 직후의 장루·요루 보유자의 경우 의료현장에서의 상담이 필요하고 퇴원 이후에는 지역사회에서 상담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연계함은 물론, 가족들의 장애이해교육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화장실에서 장세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의 경우, 신칸센이나 하네다 공항 등 주요 교통수단, 여객시설 등에 장루‧요루 장애인을 위한 세척시설을 대변기 옆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보고서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에 세면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편의증진법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중들의 장루·요루 장애에 대해 친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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