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지적장애인 권리주장대회 사연 > 복지정보 | 성민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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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시울 붉힌 지적장애인 권리주장대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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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성민복지관
    댓글 0건 조회 5,539회 작성일 18-07-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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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 오빠, 치매환자 엄마, 본인은 난소암 3기

    크리에이터, 록커 등 꿈·직업에 관한 주제도 발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03 17:55:42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제11회 서울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 전경.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제11회 서울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 전경. ⓒ에이블뉴스
    단상에 선 정선자(지적 3급)씨가 ‘소박한 일상’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하자 플로어는 숨죽인 채로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정신장애 3급 오빠, 치매 환자인 엄마, 결핵으로 숨진 아빠까지. 구구절절한 정씨의 사연에 일부 참석자는 눈시울을 붉혔다.

    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서울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서울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한 ‘2018 서울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는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 막을 올렸다. 

    자기주장대회는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동등한 주체로써 사회적·법적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를 실행하는 능력을 갖도록 돕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치러지고 있다. 

    올해는 학생부 11팀과 일반부 12팀 총 23팀이 참가했다. 서울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발달장애인은 전국자기권리주장대회에 출전하고, 여기서 대상을 수상할 경우 서포터즈와 함께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지적장애인대회에 출전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대회 시작 전 만난 박소망(여·지적 3급) 참가자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취업에 성공하고 싶다’는 내용의 자기주장을 발표할 예정인 그녀는 “준비를 많이 못했어요. 떨리지만 꼭 1등을 해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본인의 주장이 담긴 원고를 보며 내용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A4용지에 빽빽이 적힌 글을 외우는 모습은 오랫동안 준비한 큰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모습과 흡사했다. 

    지적장애인 정선자씨가 ‘소소한 일상’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지적장애인 정선자씨가 ‘소소한 일상’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선자(지적 3급)씨의 발표 ‘소소한 일상’이 시작되자 장내는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정씨의 가족은 정신장애 3급인 오빠, 치매환자인 어머니 셋이다. 아버지는 20년 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남매를 홀로 키웠고 살림은 어려워져만 갔다. 어머니의 몸에 이상이 왔고 어렵던 가정은 무너졌다. 어머니는 혈압상승으로 안면장애가 왔고 가족은 집을 떠나 작은 절에서 신세를 지게 됐다.

    정씨는 방황하는 가출청소년처럼 가족의 품을 떠났고, 식당과 마트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지난 2014년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일할 직장이 생기고, 고민을 나눌 동료가 생겨 행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불행은 소리없이 찾아왔다. 직장에서 퇴근을 해 귀가하던 중 길가에서 갑자기 쓰러진 것. 병원의 정밀검사 결과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세상 모든 게 원망스러웠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부작용이 나타나 죽겠구나 싶었죠”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이었다.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본인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병원비를 내지 못해 퇴원을 못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보호자 없이 홀로 병을 이겨야 하는 사람도 있었죠.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이런 분들보단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재 정씨는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교회를 꾸준히 나가고 있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정씨는 “끝까지 발표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백댄서가 꿈인 지적장애인 강민정 양이 발표를 마친 후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백댄서가 꿈인 지적장애인 강민정 양이 발표를 마친 후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적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한 주제가 주 관심사였다. 목소리가 작고 어눌했지만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주장은 명확히 했다. 이 가운데 강민혁(지적 3급)군의 발표주제는 흥미로웠다. 

    강민혁 군은 본인의 꿈을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했다.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콘텐츠(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등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직업이다. 

    강군이 크리에이터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 자유학기제를 통해서다. 이후 한 크리에이터가 유튜버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강민혁 군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유튜브 등에 영상을 업로드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올해 안으로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에서 1인 방송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계획을 밝힌 후 본인의 발표를 마쳤다.

    백댄서가 꿈이라는 강민정(지적 3급)양은 활력 넘치는 안무와 꿈을 이루기 쏟는 노력의 깊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학교가 끝난 후 5시부터 자정까지 학원에서 춤 연습을 한다는 말에 플로어는 “우와”,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발표를 마친 후에는 솔로가수 현아의 히트곡 아이스크림에 맞춰 안무를 선보였고 참석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강민정 양은 백댄서가 돼 가수 선미, 방탄소년단, 비투비 등과 함께 안무를 맞추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세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도희(지적 3급)양은 록커(ROCKER)를 꿈꾸고 있다.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즐거워서 좋다는 남도희양은 노래방에 가면 2시간에서 4시간은 기본이다. 노래방에 못 갈 때는 집에서 1시간씩 노래를 부른다고. 

    “노래방 단골이 됐어요. 서비스도 많이 주세요. 제게 보컬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런데 부모님은 나중에 나이가 들면 록커에 도전을 하라고 하세요. 하지만 저는 되든 안되는 록에 도전하고 싶어요. 록은 제 인생의 전부예요.”

    발표를 마친 남도희양은 심사위원의 요청에 록커 김경호의 노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열창하기도 했다.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한 소절씩 불렀고 플로어의 박수 사례를 받았다. 

    한편 심사결과 학생부문의 남현준(지적 3급·세현고)군과 일반부문의 최인혁(지적3급·성북장애인복지관)씨가 각각 대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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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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