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의 가장 큰 발달장애인 기관 '디 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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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모임에서 시작된 60년 역사의 발달장애공동체
미국의 장애인 복지 시스템 이야기-2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31 16:36:21
미국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기관을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처음 떠올리는 기관은 아마 ‘디 아크(The Arc)’라는 곳일 것이다.
아크(Arc)는 영어로 둥근 원의 호, 둥근 모양, 원을 그리다 등의 의미가 있는데 사실 이 이름의 유래는 ‘Association of Retarded Citizens’, 즉 ‘정신지체 시민들의 협회’라는 데서 왔다. 지금은 지체라는 단어가 장애인 차별 용어로 알려져 더 이상 미국에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 기관이 창설되던 1960년대에는 지적 장애를 칭하는 정식 명칭이었다고 한다.
디 아크는 1960년대 미네소타에 있는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자립을 하지 못할 경우 부모가 죽고 나면 시설로 무조건 들어갔다고 한다.
자립을 위한 도움도, 펀딩도, 그룹홈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차마 시설로 아이들을 보낼 수 없었던 부모들이 작은 모임을 설립하였고 이 모임이 전국적으로 각 주마다 챕터가 생기면서 힘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미국의 모든 발달장애인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법 제정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주마다 디 아크의 설립과 운영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인턴을 했던 세인트루이스 지역에서는 부모들이 기금을 모아서 한동네에 7채의 집을 샀고 성인이 된 아이들을 서로 돌보아 주기 시작했던 공동체가 커져간 것이 지금의 디 아크의 ‘레인보우 빌리지’라고 불리는 그룹홈의 시작이라고 한다. 필자는 사회복지대학원을 다니던 1년간 이 레인보우 빌리지와 데이 프로그램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었다.
번화한 세인트루이스 도심지를 조금 벗어나 깨끗하고 고즈넉한 주택가를 들어서면 디 아크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 표지판 뒤로 사무실 건물이 두어 개 있고 그 뒤 넓은 부지에 작고 아담한 단독 주택들이 여러 채 모여 있었다.
보통 한 주택에 방이 네 다섯 개, 화장실이 두어 개 정도 있다. 한 집에 보통 4-5명의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한다. 24시간 3교대로 한 번에 두 명 정도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이들의 생활을 돌봐주었다.
이 그룹홈의 설립비는 대부분은 주정부의 펀딩 지원과 도네이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운영비는 거주자들이 내는 집값과 생활비로 충당된다. 물론 발달장애인 거주자들이 내야하는 집 값 및 생활비는 백퍼센트 정부에서 지급된다. 참고로 미국에는 장애등급제가 없다. 때문에 정부가 인정하는 장애 진단명이 있으면 장애로 인한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다.
이 그룹홈 공동체 옆으로는 지역 센터도 있고 데이 프로그램 센터, 사회 복지 사무실들이 같이 자리 잡고 있다. 조금 떨어진 다른 공간에는 디 아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레크리에이션 센터, 체육관 등이 있었다.
일반 가정집같이 생긴 단독 주택을 들어가면 거실 한 모퉁이에 각 거주자들의 개별 생활 계획 책자 등이 놓여있고 그 앞에 보통 그 주의 일과가 붙어있다. 아침 기상을 하면 직원들은 거주자들과 함께 하루의 일과를 확인한다.
일상에서 직원들은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 대부분은 거주자들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최대한 스스로가 하게 하는 것이 직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식사 시간에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정하는 것부터 개인의 몫, 따라서 먹는 메뉴마저 모두 다르다.
이렇게 아침을 마치고 각자의 스케줄로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친구들은 직장으로 데려다주는 장애인 밴을 타고 함께 타고 온 직원의 도움을 받아 떠난다. 그 외에 대부분은 데이 센터로 가거나 체육관이나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으로 떠난다.
데이 센터를 들어서면 그룹홈에서 온 분들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아침이 되어 출근한 분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하루 종일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데이 센터에 고용된 직원들과 함께 도서관, 놀이공원, 영화관, 직업 훈련 센터, 쇼핑몰 등등으로 떠난다. 주 중의 스케줄은 대부분 이렇게 진행되고 주말에는 다른 그룹홈 가족들과 다 같이 모여서 누군가의 생일 파티를 하거나 주제를 정해 피크닉이나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직원들이 도움을 주도록 되어있고 안전을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많은 집안일들, 정원 관리, 청소 등의 일과를 거주자들이 직접 해야 하고 모든 활동의 결정권이 거주자들에게 있다는 점이었다. 데이 센터를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데이 센터를 가고 나면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만약 다른 지역 활동을 나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점심은 어디서 먹고 저녁 식단을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결정을 묻지 않고 알아서 진행되는 일은 없다.
미국에서 장애 관련 기관에 일을 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The least restrictive environment’이다. 번역을 하자면 가장 제약이 적은 환경이라는 뜻으로 장애인 개인의 자유와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 제약이 적은 환경은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모토가 된다.
따라서 예전에는 단체 수용 시설로 들어가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현재는 가능한 본인의 집에서 도우미와 함께 생활을 하는 게 가장 격려된다. 이 정도의 독립이 어려운 인지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들을 위해서 본인의 집에서 생활하는 환경에 가장 가까운, 즉 삶에 자유 와 선택권이 최대한 존중되는 형태로 그룹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개인의 삶에 제약이 적은 환경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그룹홈 직원들은 철저하게 안전과 위생을 교육받고 아주 작은 사고만 발생해도 반드시 기관에 자세한 상황 보고를 하여야만 한다.
수시로 수퍼바이저가 들러 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 주정부에서 보낸 사회복지사가 나와서 서류와 생활환경을 점검하고 주마다 있는 독립기관인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감사를 하고 적발된 사항 등에 대해서는 강한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참고로 초강력 법치 국가 미국에서 약자에게 벌어지는 범법행위에 솜방망이 처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우리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그곳에서 일했던 기억이 종종 나곤 한다. 언젠가 우리 아이가 그때 만났던 그 친구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지만 미래가 두렵게만 느껴지지 않음은 그만큼 미국의 제도가 여러모로 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실 미국처럼 이렇게 많은 부분을 국가가 도와줘도 성인이 된 아이들을 세상밖에 홀로 보내지 못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돌보는 부모가 이곳에서도 대부분이다. 결국 성인 발달장애인을 책임져 달라는 것은 국가에 부모로서 내 몫의 책임을 온전히 떠넘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이미 전쟁터인 우리들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이 무게를 국가가 나누어 달라는 것이 내가 죽고 나서 아이에게 남겨진 삶에 대한 걱정으로 내 아이가 나보다 딱 하루만 더 빨리 죽는 게 소원이 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것, 이 최소한의 바람이 과연 그렇게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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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Arc)는 영어로 둥근 원의 호, 둥근 모양, 원을 그리다 등의 의미가 있는데 사실 이 이름의 유래는 ‘Association of Retarded Citizens’, 즉 ‘정신지체 시민들의 협회’라는 데서 왔다. 지금은 지체라는 단어가 장애인 차별 용어로 알려져 더 이상 미국에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 기관이 창설되던 1960년대에는 지적 장애를 칭하는 정식 명칭이었다고 한다.
디 아크는 1960년대 미네소타에 있는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자립을 하지 못할 경우 부모가 죽고 나면 시설로 무조건 들어갔다고 한다.
자립을 위한 도움도, 펀딩도, 그룹홈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차마 시설로 아이들을 보낼 수 없었던 부모들이 작은 모임을 설립하였고 이 모임이 전국적으로 각 주마다 챕터가 생기면서 힘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미국의 모든 발달장애인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법 제정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주마다 디 아크의 설립과 운영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인턴을 했던 세인트루이스 지역에서는 부모들이 기금을 모아서 한동네에 7채의 집을 샀고 성인이 된 아이들을 서로 돌보아 주기 시작했던 공동체가 커져간 것이 지금의 디 아크의 ‘레인보우 빌리지’라고 불리는 그룹홈의 시작이라고 한다. 필자는 사회복지대학원을 다니던 1년간 이 레인보우 빌리지와 데이 프로그램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었다.
번화한 세인트루이스 도심지를 조금 벗어나 깨끗하고 고즈넉한 주택가를 들어서면 디 아크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 표지판 뒤로 사무실 건물이 두어 개 있고 그 뒤 넓은 부지에 작고 아담한 단독 주택들이 여러 채 모여 있었다.
보통 한 주택에 방이 네 다섯 개, 화장실이 두어 개 정도 있다. 한 집에 보통 4-5명의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한다. 24시간 3교대로 한 번에 두 명 정도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이들의 생활을 돌봐주었다.
이 그룹홈의 설립비는 대부분은 주정부의 펀딩 지원과 도네이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운영비는 거주자들이 내는 집값과 생활비로 충당된다. 물론 발달장애인 거주자들이 내야하는 집 값 및 생활비는 백퍼센트 정부에서 지급된다. 참고로 미국에는 장애등급제가 없다. 때문에 정부가 인정하는 장애 진단명이 있으면 장애로 인한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다.
이 그룹홈 공동체 옆으로는 지역 센터도 있고 데이 프로그램 센터, 사회 복지 사무실들이 같이 자리 잡고 있다. 조금 떨어진 다른 공간에는 디 아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레크리에이션 센터, 체육관 등이 있었다.
일반 가정집같이 생긴 단독 주택을 들어가면 거실 한 모퉁이에 각 거주자들의 개별 생활 계획 책자 등이 놓여있고 그 앞에 보통 그 주의 일과가 붙어있다. 아침 기상을 하면 직원들은 거주자들과 함께 하루의 일과를 확인한다.
일상에서 직원들은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 대부분은 거주자들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최대한 스스로가 하게 하는 것이 직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식사 시간에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정하는 것부터 개인의 몫, 따라서 먹는 메뉴마저 모두 다르다.
이렇게 아침을 마치고 각자의 스케줄로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친구들은 직장으로 데려다주는 장애인 밴을 타고 함께 타고 온 직원의 도움을 받아 떠난다. 그 외에 대부분은 데이 센터로 가거나 체육관이나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으로 떠난다.
데이 센터를 들어서면 그룹홈에서 온 분들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아침이 되어 출근한 분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하루 종일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데이 센터에 고용된 직원들과 함께 도서관, 놀이공원, 영화관, 직업 훈련 센터, 쇼핑몰 등등으로 떠난다. 주 중의 스케줄은 대부분 이렇게 진행되고 주말에는 다른 그룹홈 가족들과 다 같이 모여서 누군가의 생일 파티를 하거나 주제를 정해 피크닉이나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직원들이 도움을 주도록 되어있고 안전을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많은 집안일들, 정원 관리, 청소 등의 일과를 거주자들이 직접 해야 하고 모든 활동의 결정권이 거주자들에게 있다는 점이었다. 데이 센터를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데이 센터를 가고 나면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만약 다른 지역 활동을 나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점심은 어디서 먹고 저녁 식단을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결정을 묻지 않고 알아서 진행되는 일은 없다.
미국에서 장애 관련 기관에 일을 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The least restrictive environment’이다. 번역을 하자면 가장 제약이 적은 환경이라는 뜻으로 장애인 개인의 자유와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 제약이 적은 환경은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모토가 된다.
따라서 예전에는 단체 수용 시설로 들어가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현재는 가능한 본인의 집에서 도우미와 함께 생활을 하는 게 가장 격려된다. 이 정도의 독립이 어려운 인지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들을 위해서 본인의 집에서 생활하는 환경에 가장 가까운, 즉 삶에 자유 와 선택권이 최대한 존중되는 형태로 그룹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개인의 삶에 제약이 적은 환경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그룹홈 직원들은 철저하게 안전과 위생을 교육받고 아주 작은 사고만 발생해도 반드시 기관에 자세한 상황 보고를 하여야만 한다.
수시로 수퍼바이저가 들러 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 주정부에서 보낸 사회복지사가 나와서 서류와 생활환경을 점검하고 주마다 있는 독립기관인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감사를 하고 적발된 사항 등에 대해서는 강한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참고로 초강력 법치 국가 미국에서 약자에게 벌어지는 범법행위에 솜방망이 처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우리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그곳에서 일했던 기억이 종종 나곤 한다. 언젠가 우리 아이가 그때 만났던 그 친구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지만 미래가 두렵게만 느껴지지 않음은 그만큼 미국의 제도가 여러모로 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실 미국처럼 이렇게 많은 부분을 국가가 도와줘도 성인이 된 아이들을 세상밖에 홀로 보내지 못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돌보는 부모가 이곳에서도 대부분이다. 결국 성인 발달장애인을 책임져 달라는 것은 국가에 부모로서 내 몫의 책임을 온전히 떠넘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이미 전쟁터인 우리들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이 무게를 국가가 나누어 달라는 것이 내가 죽고 나서 아이에게 남겨진 삶에 대한 걱정으로 내 아이가 나보다 딱 하루만 더 빨리 죽는 게 소원이 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것, 이 최소한의 바람이 과연 그렇게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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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유니 (naluit8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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