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는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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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쇼맨’의 위대한 선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23 14:09:39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김지민이 자주 쓰던 유행어가 있다. 약간의 콧소리를 넣어 끝음절쯤에서 목소리를 살짝 뒤집어 주며 얄미울 정도로 도도하게 내뱉는 한 마디 “나니까!”...
아무리 별나게 굴어도 소심하게 변명하거나 누구도 설득하려 들지 않는 당당함으로 툭 던지는 후련한 선언, “나니까!”...
아무리 별나게 굴어도 소심하게 변명하거나 누구도 설득하려 들지 않는 당당함으로 툭 던지는 후련한 선언, “나니까!”...
This is me! ‘이게 나’라고 통쾌한 선언을 하는 영화도 있다. 바로 ‘위대한 쇼맨’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로 평가받는 P.T. 바넘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흥행과 홍보의 천재, 바넘효과로도 유명하지만 ‘희대의 사기꾼’, ‘야바위꾼’이란 악명은 물론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역사적 혹평까지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부터 냉담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더 가디언’지는 “휴 잭맨의 새 영화는 P.T 바넘을 기념하지만, 역사를 착색(왜곡)하지는 말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흑인을 열등하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노예였던 흑인이자 시각장애인 여성 ‘조이스 헤스’(Joice Heth)가 죽은 뒤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의 사체를 해부하는 전시를 벌였다”며 P.T 바넘을 비판했고, NBC NEWS는 “휴 잭맨이 연기한 P.T 바넘은 ‘쇼맨’의 폭력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지워버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80세이던 ‘조이스 헤스’를 조지 워싱턴의 유모였던 160세 여성으로 홍보하고,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기 위해 술에 약한 그를 억지로 취하게 만든 뒤 모든 이를 뽑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로 평가받는 P.T. 바넘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흥행과 홍보의 천재, 바넘효과로도 유명하지만 ‘희대의 사기꾼’, ‘야바위꾼’이란 악명은 물론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역사적 혹평까지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부터 냉담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더 가디언’지는 “휴 잭맨의 새 영화는 P.T 바넘을 기념하지만, 역사를 착색(왜곡)하지는 말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흑인을 열등하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노예였던 흑인이자 시각장애인 여성 ‘조이스 헤스’(Joice Heth)가 죽은 뒤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의 사체를 해부하는 전시를 벌였다”며 P.T 바넘을 비판했고, NBC NEWS는 “휴 잭맨이 연기한 P.T 바넘은 ‘쇼맨’의 폭력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지워버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80세이던 ‘조이스 헤스’를 조지 워싱턴의 유모였던 160세 여성으로 홍보하고,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기 위해 술에 약한 그를 억지로 취하게 만든 뒤 모든 이를 뽑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가히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80세 여성을 160세라고 속이는 건 차라리 애교급이고 심지어 원숭이 뼈 상반신에 연어 꼬리를 붙여 인어라고 사기를 쳤다는 기록까지 읽으면 그야말로 ‘희대의 사기꾼’ 최고의 반열에 올려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그런 악명의 꼬리표가 매우 지당하게 여겨지면서도 링컨을 도와 노예해방에 기여한 핵심인물이라는 점과 최초의 비영리병원인 브리짓포트 병원을 설립했으며 다수의 교육기관설립에 기여한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다는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보면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실제 바넘에 대한 평가 논쟁은 접어둔다.
바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차치하고 이 영화에서 나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영화.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위 ‘특별하다’ 못해 ‘희귀한, 기이한’ 사람들이 등장해 ‘나니까!’를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은 세상의 이런저런 이유로 ‘미운 오리’인 사람들에겐 꽤나 쾌감을 안겨 주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악명의 꼬리표가 매우 지당하게 여겨지면서도 링컨을 도와 노예해방에 기여한 핵심인물이라는 점과 최초의 비영리병원인 브리짓포트 병원을 설립했으며 다수의 교육기관설립에 기여한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다는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보면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실제 바넘에 대한 평가 논쟁은 접어둔다.
바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차치하고 이 영화에서 나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영화.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위 ‘특별하다’ 못해 ‘희귀한, 기이한’ 사람들이 등장해 ‘나니까!’를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은 세상의 이런저런 이유로 ‘미운 오리’인 사람들에겐 꽤나 쾌감을 안겨 주지 않았을까.
자, 그럼 영화 속엔 어떤 독특한 사람들이 등장했는지 볼까? 우선, 키 작은 남자 톰 섬(샘 험프리)이다. 그는 P.T 바넘과 함께 그 시대 엄청난 유명세를 타고 영국 여왕의 초대를 받았으며 그의 결혼식이 요즘의 핫한 연예기사만큼이나 화제가 됐던 실제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바넘이 그에게 찾아가 쇼 영입을 제의했을 때 그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조롱거리로 만들 거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왕 조롱당한다면 돈 받고 조롱당하는 게 낫지 않겠소?"라며 쿨하게 받아친 바넘은 그에게 ‘당신을 멋지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바넘의 ‘위대한 쇼’에 영입된 사람들은 그 ‘특별함’ 때문에 세상에선 ‘장애’로 여겨진 사람들이다. 수염난 여자 레티(케알라 세틀), 줄타기 곡예사 흑인여성 앤(젠다야 콜맨), 그리고 털복숭이 인간과 거인 등 모두 그 시대와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이다.
레티는 노래에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비만인데다 수염까지 덥수룩한 여성이어서 그 특이한 외모 때문에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자기를 드러낼 수 없는 숨겨진 보석이었다. 그것을 발견해 준 특별한 눈을 가진 사람이 바로 타고난 쇼 기획자 바넘. 평범하지 않아서 세상에 무가치하게 버려졌던 ‘거친 독특함’을 그는 아주 ‘특별한 개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영화 속에서 바넘이 그에게 찾아가 쇼 영입을 제의했을 때 그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조롱거리로 만들 거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왕 조롱당한다면 돈 받고 조롱당하는 게 낫지 않겠소?"라며 쿨하게 받아친 바넘은 그에게 ‘당신을 멋지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바넘의 ‘위대한 쇼’에 영입된 사람들은 그 ‘특별함’ 때문에 세상에선 ‘장애’로 여겨진 사람들이다. 수염난 여자 레티(케알라 세틀), 줄타기 곡예사 흑인여성 앤(젠다야 콜맨), 그리고 털복숭이 인간과 거인 등 모두 그 시대와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이다.
레티는 노래에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비만인데다 수염까지 덥수룩한 여성이어서 그 특이한 외모 때문에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자기를 드러낼 수 없는 숨겨진 보석이었다. 그것을 발견해 준 특별한 눈을 가진 사람이 바로 타고난 쇼 기획자 바넘. 평범하지 않아서 세상에 무가치하게 버려졌던 ‘거친 독특함’을 그는 아주 ‘특별한 개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실제로 바넘의 쇼단 사진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면모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샴쌍둥이 단원도 있었는데 그들은 그 부모와 쇼단 간의 계약이 끝난 뒤에도 자발적으로 바넘과 재계약을 했으며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넘이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은 뒤에도 톰 섬을 비롯한 모든 단원들은 그 곁에 남아서 그와의 공연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야말로 요즘 말로 ‘의리’였는지 다른 선택의 여기가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넘이 악명만큼 그렇게 파렴치한 사업주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장애인을 볼거리로 내놓은 ‘장애 팔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도 실화가 아닌 영화가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실은 고백하자면, 이 영화의 매력에 매료돼 버려서 균형 있는 시각을 이미 잃었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편이 좋겠다.
실제상황이야 어떻든 영화만큼은 일단 멋지다! 화려한 무대, 환상적인 퍼포먼스, 아름다운 노래까지... 이 영화를 보고나면 온종일 ‘This is me’의 환청이 들리며 계속 중얼거리게 된다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겠다.
인종차별이 엄혹하던 시대에 흑인 곡예사와 백인 청년사업가의 인종을 넘어선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들의 당당한 자기선언이 있으며 고급문화를 대중적으로 저변화하려는 파격의 도전이 있는가 하면 바넘과 그의 아내 체리티의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과 가족애가 있다. 그래서 보는 동안만은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 몽롱한 진통제 한 알만큼의 효능은 확실히 경험하게 해 주는 영화라는 것...
이것이 그야말로 요즘 말로 ‘의리’였는지 다른 선택의 여기가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넘이 악명만큼 그렇게 파렴치한 사업주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장애인을 볼거리로 내놓은 ‘장애 팔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도 실화가 아닌 영화가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실은 고백하자면, 이 영화의 매력에 매료돼 버려서 균형 있는 시각을 이미 잃었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편이 좋겠다.
실제상황이야 어떻든 영화만큼은 일단 멋지다! 화려한 무대, 환상적인 퍼포먼스, 아름다운 노래까지... 이 영화를 보고나면 온종일 ‘This is me’의 환청이 들리며 계속 중얼거리게 된다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겠다.
인종차별이 엄혹하던 시대에 흑인 곡예사와 백인 청년사업가의 인종을 넘어선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들의 당당한 자기선언이 있으며 고급문화를 대중적으로 저변화하려는 파격의 도전이 있는가 하면 바넘과 그의 아내 체리티의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과 가족애가 있다. 그래서 보는 동안만은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 몽롱한 진통제 한 알만큼의 효능은 확실히 경험하게 해 주는 영화라는 것...
영국 여왕에게 초대를 받은 바넘의 쇼단이 여왕 앞에 섰을 때 키 작은 톰 섬을
보고 여왕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머, 생각했던 것보다 더 키가 작네요!"
어쩌면 여왕의 무례할 수도 있는 이 말에 톰 섬이 재치있게 답한다.
"당신도 뭐, 천장에 팔이 닿진 않네요!“
얼마나 멋진 장면인가. 그야말로 ”나니까!, 근데 뭐 어쩌라구!“...
정말 시원한 어퍼컷 아닌가. 여왕 앞에서 쫄지도 않고 말이다.
This is me! 나니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일상에 이런 멋진, 심지어 도도해 마지않는 단단하고 당당한 자기선언과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키가 작은들 바닥에 닿겠으며 당신 키가 큰들 천장에 닿지도 않으면서... 톰 섬의 이 넉넉한 자기수용과 재치가 그 안에 충만한 자부심을 보여주지 않는가. 사람 다 각기 다르고, 또 다른들 얼마나 다르겠어! 이런 포용과 긍정의 태도가 우리 모두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This is me! 깊이 안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새기며 다짐한다.
다시 태어나면 난 꼭 뮤지컬 배우로 태어날꼬야...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보고 여왕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머, 생각했던 것보다 더 키가 작네요!"
어쩌면 여왕의 무례할 수도 있는 이 말에 톰 섬이 재치있게 답한다.
"당신도 뭐, 천장에 팔이 닿진 않네요!“
얼마나 멋진 장면인가. 그야말로 ”나니까!, 근데 뭐 어쩌라구!“...
정말 시원한 어퍼컷 아닌가. 여왕 앞에서 쫄지도 않고 말이다.
This is me! 나니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일상에 이런 멋진, 심지어 도도해 마지않는 단단하고 당당한 자기선언과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키가 작은들 바닥에 닿겠으며 당신 키가 큰들 천장에 닿지도 않으면서... 톰 섬의 이 넉넉한 자기수용과 재치가 그 안에 충만한 자부심을 보여주지 않는가. 사람 다 각기 다르고, 또 다른들 얼마나 다르겠어! 이런 포용과 긍정의 태도가 우리 모두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This is me! 깊이 안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새기며 다짐한다.
다시 태어나면 난 꼭 뮤지컬 배우로 태어날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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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차미경 (myrode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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